현대차(005380)의 첫 외국인 대표이사인 호세 무뇨스 사장이 작년 말 취임 후 처음으로 지방 사업장을 찾았다. 지난 4월부터 미국의 수입차 고율 관세 정책이 시행돼 수출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근 국내 판매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판촉을 독려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1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무뇨스 사장은 지난 16일 충북 청주를 찾아 현대차 충북지역본부와 청주하이테크센터, 청주종합전시장, 제네시스 청주 등 주요 사업장을 차례로 방문해 마케팅·판매 실적을 점검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해 11월 단행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15년 간 닛산에서 일했던 그는 지난 2019년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으로 영입됐고, 대표이사로 선임된 후부터 국내 사업과 글로벌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그가 본사와 서울·수도권을 제외하고 지역 사업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뇨스 사장이 국내 지역 판매 상황을 챙기기 위해 나선 것은 최근 현대차의 내수 판매 실적이 둔화되고 있는데 따른 위기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5만896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감소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12.7% 급감한 수치다. 세단 차종의 볼륨 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는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이 각각 29%, 33.2% 줄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ports Utility Vehicle·SUV)인 투싼과 싼타페 역시 같은 기간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보였다.
현대차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4월부터 모든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실적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아직 관세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 않지만, 더 이상은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시장의 수익 감소를 내수에서 만회해야 하는데, 안방에서도 고전하고 있어 올해 실적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뇨스 사장은 이번 청주 방문에서 제네시스의 판매 상황을 주의 깊게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대표이사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하는 지역 사업장으로 청주를 택한 이유도 최근 이 곳에 제네시스 전용 전시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경기 하남, 서울 강남, 경기 용인 수지, 경기 안성에 이어 다섯 번째로 청주에 지난 4월 제네시스 전용 전시관을 세웠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최근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준대형 SUV인 GV80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28.9% 급감한 2354대에 그쳤다.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의 전체 판매대수도 같은 기간 6.1% 줄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동급의 현대차 모델들에 비해 마진율이 높아 판매 실적에 대한 그룹 경영진의 관심이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는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를 제외하면 내연기관 모델에서 신차가 없어 판매량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라며 “무뇨스 사장이 청주를 시작으로 각 지역 본부를 돌며 국내 판매 실적을 사수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