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소기업의 월 평균 남성 근로자 임금이 여성 근로자보다 최대 158만원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비즈가 16일 중소·중견기업 전문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과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2024년 5~9인 규모 기업의 남녀 월 평균 임금 격차는 111만3000원이었다. 10~29인 기업은 128만60000원, 30~99인 기업은 158만5000원이었다.

비율로 보면 5~9인 기업은 남성의 월 평균 임금이 여성보다 1.4배 많았고, 10~29인 기업은 1.42배, 30~99인 기업은 1.53배 더 많았다.

특히 30~99인 기업의 경우 2024년(158만5000원)과 4년 전인 2020년과 비교하면 월 평균 남녀 임금 격차(2020년 127만6000원)가 30만9000원 더 벌어졌다. 비율은 2020년 1.49배에서 2024년 1.53배로 커졌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월급도 늘어, 남녀 임극 격차 역시 더 심화되고 있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중소기업의 남녀 임금 격차 배경은 특정 직종·직무에 따라 남성 혹은 여성이 집중되는 경향, 높은 직급에 남성이 많은 상황, 출산 후 경력 단절이 발생하는 여성 인력 구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남녀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선 후보 시절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와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여가부의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확대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대기업의 경우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남녀 1인당 평균 임금을 공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는 기업이 단순 남녀 임금 평균을 공개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군·직급별 성별 임금 등 남녀 비교 가능한 임금 데이터를 시장에 공개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기업이 남녀 임금 격차를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현장에선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인사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한 곳이 많아, 남녀 임금이 왜 차이가 나는지 그 요인을 정확히 명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이 부족하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성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도입은 오히려 남녀를 구분하고 임금까지 고려해 채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며 “오히려 여성 직원을 더 채용하지 않으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 역시 최저임금제처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으로 순차적으로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커 실제 적용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또다른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직군·직급별 비교 가능한 남녀 임금 데이터를 구축하고 공개해 남녀 임금 격차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 경제·사회가 나아갈 방향”이라며 “업무 성과가 각기 다른데 같은 일을 한다고 같은 임금을 주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또한 “중소기업의 현 상황을 고려하고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반영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프로세스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