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농기계에 대해 다음 달 1일부터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북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농기계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시행한 10%의 보편관세에 이어, 추가로 15%의 관세가 더해지면 총 25%의 부담이 제품에 매겨지는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8일 농기계 업계에 따르면, 당초 7월 8일로 예정됐던 상호관세 시행 시점이 다소 연기된 데 따라 업계는 일시적으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세 부과를 강행하겠다고 재차 시사하면서, 업계 전반에는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농기계 기업들의 수출 의존도는 상당히 높다. 업계 1위 대동은 2023년 농기계 부문 수출로만 9577억 원을 벌어들였으며, 이는 전체 매출(1조2942억 원)의 74%에 달한다. 2024년에도 전체 매출 1조2059억 원 중 9193억 원, 올해 1분기에는 3350억 원 중 2359억 원이 수출에서 발생했다. TYM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3년 수출 비중이 71%였으며, 2024년 62%,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65%에 달한다.

특히 북미 시장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 대동은 북미 시장에 20~140hp(마력)의 중대형 트랙터를 수출하고 있는데, 북미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전체 매출액의 40%에 달한다. 북미 트랙터 시장 점유율도 약 10.8%로 높다.

TYM도 북미 시장에 25~55hp의 중소형 트랙터를 수출하고 있는데, 2025년 1분기 TYM의 북미 시장에서의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60.2%에 달한다. 북미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미국 관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농기계는 선적에서 실제 판매까지 약 3개월의 리드타임(상품의 주문일과 인도일 사이에 경과된 시간)이 필요해, 현지 법인이 재고를 3~6개월치 미리 확보해두는 구조다.

그동안은 재고 덕분에 보편관세(10%)의 영향이 제한적이었지만, 최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관세 부담이 수출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의 대동 트랙터(위)와 북미 최대 농기계 박람회 ‘NFMS 2025’에 참가한 TYM. /각 사

실제로 일부 기업은 이미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TYM은 올해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 등을 반영해 가격을 올린 바 있으며, 대동도 하반기 중 북미 시장에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YM 측은 “관세 전가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복합적인 비용 증가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수출 보험 확대, 미국 통관 비용 보조, 자유무역협정(FTA) 활용 지원, 원자재 할당관세 적용 확대 등 실효적 무역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