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꽃이 너무 예쁜데요? 이건 무슨 식물인가요?”

“강한 향을 지닌 국내 자생(토종)식물인 ‘배초향’입니다. 방아잎으로도 불리며 소화를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능이 있어 전통적으로 약재로 사용됐습니다. 오늘 NFT(대체 불가 토큰)로도 발행해 드립니다.”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 내 ‘시드볼트 NFT 컬렉션’ 부스는 배초향, 물레나물 등 국내 자생식물을 보고 즐기며, NFT로 발행하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지난 22일 보라매공원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서 열린 ‘시드볼트 NFT 컬렉션’ 행사. 참가자들이 배초향 등 국내 자생식물을 NFT로 발행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시드볼트 NFT 컬렉션은 NF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물다양성 보전 캠페인이다. 두나무, 환경재단,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식물 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기획했다. 특히 블록체인·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의 기술을 적용, 희귀·자생식물 종자의 실물 이미지를 바탕으로 NFT를 제작·발행한다.

부스에선 배초향, 물레나물 등 국내 자생식물을 체험할 수 있다. 모두 경북 백두대간 시드볼트에 보관된 토종식물들이다. 시드볼트는 각종 종자를 최후의 순간을 위해 영구 저장하기 위한 시설로, 전 세계 한국(경북 백두대간 시드볼트)과 노르웨이가 유일하다.

이번 컬렉션은 생물다양성 보전은 물론 ‘자연이 인간을 치유한다’는 가치를 주제로 열렸다. 특히 단순 체험이 아니라 MBTI(성격 유형 검사)처럼 참가자가 QR코드로 자연을 대하는 태도 등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나에게 맞는 치유 씨앗을 찾아준다. 실제 씨앗을 선물로 줘 집에서 직접 키우며 치유를 경험할 수 있다. 물론 NFT도 발행해 준다.

이날 기준 시드볼트 NFT 컬렉션 누적 방문자는 1만1155명에 달하고, 두나무가 발행한 시드볼트 NFT는 총 4만4478개에 이른다.

이번 컬렉션을 기획·담당한 김지은 환경재단 선임PD는 “생물다양성, 자연 치유란 메시지를 일방향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참가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며, 나아가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NFT로 발행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두나무, 환경재단,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기획한 '시드볼트 NFT 컬렉션'과 '디지털 치유정원'. /환경재단

시드볼트 NFT 컬렉션 바로 옆에는 ‘디지털 치유정원’이 설치돼 있다.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가상 숲을 구현했다. 봄, 여름, 겨울 등 세 가지 테마의 숲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치유정원은 직접 자연을 찾지 않아도 자연을 느낄 수 있어, 최근 도심 속 자연 힐링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자연의 환대, 치유와 돌봄’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환경재단

이날 ‘자연의 환대, 치유와 돌봄’을 주제로 한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의 토크 콘서트도 열렸다. 정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며 “폭염으로 평균 온도가 2~3도 올라가면 그 지역 사람들의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이런 현상을 연구하고 해결하려는 기후 신경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했다”며 “자연을 회복해 우리 곁에 두고 우리가 자연과 함께하면서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심 속 힐링의 공간이 없다”며 “시간이 없거나 몸이 불편해 자연을 경험할 수 없는 도시인을 위한 디지털 치유정원이 새로운 스마트 시티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