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관련 스타트업들이 자영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과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소비자들의 주문 습관을 바꿀 수 있으냐가 새로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4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 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오터코리아는 QR(Quick Response) 코드를 활용한 배달 시스템 ‘오터오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서비스는 식당별 고유 QR코드를 생성·배포해 소비자가 해당 QR코드로 음식을 주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간편 주문 플랫폼 오투오페이먼트도 ‘오더톡’이라는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가령 A식당이 QR코드 기반 주문 시스템을 도입하면, 소비자가 배민이나 쿠팡이츠를 통해 음식을 주문할 때 QR코드가 인쇄된 전단지나 홍보 물품을 함께 제공한다. 이후 재주문 시 소비자가 해당 QR코드를 인식해 직접 주문하도록 유도한다.
서비스 핵심은 식당 점주 등 자영업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플랫폼 이용료를 인하하는 것이다. 올해 초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사업장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으로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에 5.68점)가 꼽혔다.
현재 배민과 쿠팡이츠 등은 매출 구간에 따라 2~7.8%의 중개 수수료를 업주에게 부과하고 있다. 소비자가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 앱 수수료와 부가세로만 최대 1716원을 낸다.
이들 스타트업은 자사가 만든 QR코드를 통해 주문이 접수되면 카드사와 가맹점 간 결제를 중개하는 밴(VAN)사로부터 일부 수수료를 받거나, 식당에 제공한 태블릿 PC나 프로그램 사용·관리 비용을 통해 수익을 낸다. 해당 비용이 기존 플랫폼 수수료보다 저렴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스타트업은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다.
관건은 QR코드 주문 방식이 기존 소비 행태를 바꿀 수 있느냐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한국인이 신용카드, 체크카드, 계좌이체로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등에 결제한 사람은 2351만명에 달했다.
족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수수료 부담을 낮춘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 할 거 없이 공공 배달 앱을 개발했어도 소비자가 찾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지 않았느냐”며 “QR코드 아이디어는 좋지만 소비자가 기존 방식을 탈피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은 자영업자들이 절감한 비용을 할인이나 추가 메뉴 제공 등으로 환원해 소비자에게 주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배달 앱에서도 리뷰 작성 이벤트를 독려하듯 소비자 참여를 활발하게 끌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자영업자들의 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