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제주 동부 해안은 녹조식물(해조류) ‘구멍갈파래’로 골머리를 앓는다. 현무암 갯바위 위에 구멍갈파래가 하얗게 말라붙어 썩기 시작하면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구멍갈파래는 먹을 수 없는 데다 수시로 몰려와 수거·처리 비용만 연간 10억원 이상이 투입돼야 했었다. 영양염류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해조류가 자라는 것을 막는 것도 골칫거리다.

이처럼 폐기 처분되는 유해 구멍갈파래를 활용해 바디스크럽을 내놓는 곳이 있다. 올해 2월 구멍갈파래를 원료로 모공각화증으로 고민이 많은 소비자를 위한 제품으로 만드는 데 뛰어든 인유어(inur)가 주인공이다. 모공각화증은 오래된 피부 세포가 정상 탈락하지 못하고 표피 내로 들어가 모공의 출구를 막아 모공이 커지고 오톨도톨 닭살처럼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김가을 인유어 대표.

대구한의대에서 화장품공학을 전공한 김가을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닭살 피부로 고생했었다”며 “여기에 효과가 좋은 성분을 찾다가 아버지께서 제약회사에 납품하던 원료인 구멍갈파래 속 아미노산이 모공 축소 등 개선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품화를 위한 연구를 작년 7월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회사 연구에 따르면, 구멍갈파래 추출물 시험 2주 후 모공 면적은 17.45%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켜 피부 수분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착색을 완화하고, 전반적 피부톤과 결감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제주 구멍갈파래를 활용한 바디스크럽. /인유어

인유어는 구멍갈파래에 최근 얼굴용 화장품에 많이 쓰이는 스피큘(미세침)을 적용했다. 스피큘 역시 표면에서 각질을 제거하고 피부를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이를 촉진제로 활용한 것이다. 김 대표는 “피부 속 깊숙이 미세침이 침투해 구멍갈파래의 영양분을 가득 전달하면서 모공을 축소한다”면서 “따갑지 않게 스피큘의 비율을 조정해 저자극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두껍질이 들어갔기 때문에 단순히 자연 유래 성분을 넣는 데 그치지 않고 각질 제거 효과도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유어는 지난 10월 10일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소액 투자 중개)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제주 파래스크랩’ 첫선을 보였다. 닭살 피부, 바디 결 등으로 고민이 많은 30대 여성이 주 공략 대상이다. 최근 가격이나 품질을 기준으로 소비하던 행태와 달리 신념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소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가치소비)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자연 유래 성분을 전면에 내세운 인유어의 마케팅 포인트다.

인유어는 일단은 초기 제품 반응을 보면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등으로 고객 접점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바디로션 등으로 제품 다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유래 성분으로 피부 고민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회사를 시작한 만큼 바디케어 쪽으로 일단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나아가선 바디 제품을 얼굴에도 사용할 수 있는 ‘올인원’ 제품 개발에도 뛰어들 생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