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5일 “바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산업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개선 방안은 잘 알고 있다”라며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근무 방식을 단계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허 회장은 이날 경기 시흥 SPC삼립(005610) 시화공장에서 진행된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업재해 원인으로 주·야간 12시간 맞교대 근무 방식을 지적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공장에서는 최근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SPC의 잦은 산재 사망사고 배경으로 지목되는 장시간 노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따졌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고 시간이 몇 시였나”, “(사망한 근로자가) 혼자 근무했나”, “몇 교대였느냐”, “바로 옆에 사람이 없었나” 등 사고 관련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허 회장과 SPC삼립 경영진을 향해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허 회장과 SPC삼립 경영진을 향해 “12시간 근무를 8시간 3교대로 바꾸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며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뭔지 단초를 마련하자”라고 했다. 이에 김범수 SPC삼립 대표는 “대통령 말씀대로 야간근무를 하게 되면 (시간 외) 수당이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사실 비용이 더 나가는 게 맞다”며 “임금 등은 임단협을 통해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SPC는 근무 형태 개선 외에도 전사적인 안전관리체계 재정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컴플라이언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노사안전협의체를 강화해 안전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며 “설비 자동화와 라인 정비 확대 등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뼈를 깎는 각오로 안전 경영 전반을 철저히 쇄신하겠다”고 했다.
허 회장도 “대통령 말씀대로 여러 가지 검토해 봐야 할 문제가 많은 것 같다”며 “개선안을 바로 기획하기는 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해보겠다”고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회사를 경영하는 쪽에서는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경제 상황은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하는데 또 한편으로 노동자들이 죽거나 다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되는 게 맞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저도 노동자 출신이고 산업재해 피해자이기도 한데, 수십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며 “돈 때문에 안전과 생명을 희생하는 거라면 정말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철도 노동자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기업 측에선 허 회장과 김 대표, 강희석 CJ푸드빌 음성공장장, 이정현 크라운제과 대전공장장, 노동자를 대표해선 김인혁 SPC삼립 노동조합위원장과 SPC삼립 현장노동자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