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프랜차이즈들이 중동시장에 속속 깃발을 꽂기 시작했다. 과거엔 치킨 프랜차이즈 정도만 진출했다면 최근엔 한우와 빵, 죽 등 프랜차이즈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는 한국을 찾았던 중동 관광객이 늘어난 덕이다. 단순히 한국 음식에 대한 중동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만이 아니라 한국으로 여행을 왔을 때 먹고 마셨던 음식을 찾는 소비가 늘었다는 뜻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본죽으로 유명한 본그룹의 본월드는 중동시장 공략을 위해 최근 현지 유통사인 조이그룹과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본월드는 본그룹(본아이에프)이 지분 30%를 가진 별도법인으로 외식 프랜차이즈 해외 사업과 간편식 제품 수출을 주로 하고 있다. 본월드와 손을 맞잡은 조이그룹은 카타르에 본사를 둔 식료품 수입유통전문기업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아랍에미리트(UAE) 기업 사마야 푸드 인베스트먼츠와 지난 3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파리바게뜨의 UAE 진출을 위한 것으로 1호점 개점은 두바이일 가능성이 크다. 물류비를 감안해 생산기지도 미리 확충해 뒀다. SPC그룹은 말레이시아에 파리바게뜨 조호르 생산센터를 올 2월 완공했다. 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빵은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으로 나갈 예정이다.
횡성한우도 두바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중동시장은 육류 소비가 많고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곳으로, 프리미엄 고급육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지 유통기업과 수출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횡성한우가 국내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고 두바이까지 발을 넓히게 된 배경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의 조력이 있었다. 최근 aT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수출상담회를 열었다. 시장조사부터 상담 매칭, 사후관리까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도 세 번째 해외 진출국으로 중동 지역인 요르단을 택했다. 이를 위해 요르단 기업 JKT네트웍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다. JKT네트웍스는 요르단에서 유통, 브랜드 런칭,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 경험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K푸드가 중동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배경에 한국 음식과 브랜드에 익숙해진 중동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과거엔 한류의 바람을 타고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 속 한국 음식이 알려진 것이 진출의 배경이었다면, 최근엔 한국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중동 소비자가 현지에서도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동 관광객은 4만1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중동 지역의 특성상 브랜드 진출이 용이한 환경이라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주요 중동 지역들이 해외 자본이 몰리는 글로벌 도시로 급부상하면서 해외 브랜드 수용력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더벤티 관계자는 “문화적 개방성과 프랜차이즈 수용력을 기준으로 따져봤을 때 중동, 그중에서도 요르단을 택한 것”이라면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가 공존하는 교역 중심지로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숫자로 봤을 때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UAE에 수출된 농림축산식품은 1억1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2% 늘었다. 라면(970만달러·12.1%)과 소스류(90만달러·44.6%), 음료(60만달러·28.0%) 등이 많이 수출됐다.
전기찬 aT 수출식품이사는 “중동 중에서도 두바이는 걸프협력회의(GCC)와 아프리카를 잇는 관문 도시로 수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 포기할 수 없는 곳”이라면서 “K푸드가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할랄 인증 한우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중동 수출을 본격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