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뒤면 티켓팅이네요. 되면 좋겠어요!”

“14세 미만은 참여 안 되나요? 아쉽네요. 애가 아쉬워할 텐데….”

11일 오전 10시. 오는 9월 서울 여의도에서 1만5000명 규모로 열리는 ‘산리오X올리브영 큐티 런 2025 서울’을 예매를 앞두고 카카오톡 오픈 톡방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예매는 20분 만에 마감됐다. 티켓 가격이 8만원에, 한 사람당 한 장만 예매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이번 마라톤의 흥행에는 산리오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참가자 전원에게 주는 한정판 티셔츠·모자·짐색 등 상품(굿즈)과 완주자에게 주는 산리오 캐릭터가 새겨진 특별 메달이 소비자의 마음을 훔쳤다는 분석이다. 산리오는 초등학생부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 그 이상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얻는 캐릭터다.

달리기는 한때 중년 남성들의 취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 이후로 러닝 문화가 MZ세대로 확대된 데 이어 가족 취미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최근엔 플레이데이트(주로 어린이들이 학교 이외의 장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노는 것)에도 활용되고 있다.

올리브영이 11일 오전 10시부터 '산리오 X 올리브영 큐티 런 2025 서울'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예매를 시작한 지 20분 만에 판매는 끝났다./올리브영 제공

8세 자녀를 둔 임유정(42)씨는 “아이가 또래 친구 네 명이서 종종 어울리는데 이번엔 산리오 마라톤에 참석하고 싶다고 해서 예매하려고 했다”면서 “‘산리오X올리브영 큐티 런’은 15세부터 참가할 수 있다고 해서 못했고, 다른 마라톤은 꼭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산리오만 마라톤을 개최하는 건 아니다. 디즈니 캐릭터도 마라톤을 연다. ‘디즈니런 서울 2025’은 오는 10월 개최될 예정이다. 디즈니런은 미국 디즈니월드에서 시작된 글로벌 러닝 이벤트로, 디즈니 캐릭터와 함께하는 체험형 테마 러닝이다. 러닝 루트에는 3~4개 디즈니 테마 존이 설치된다. 1km 지점에는 겨울왕국 엘사 테마의 부스, 3km 지점에는 라이온 킹 밀림 테마 부스가 설치되는 식이다.

디즈니 캐릭터를 잘 표현한 참가자라면 ‘코스튬 콘테스트’에 참가해 굿즈를 받을 수 있다. 완주자에게는 미키마우스나 미니마우스, 도널드덕 등이 새겨진 기념 매달이 수여된다. 또 러닝 코스 전후로 디즈니 한정 굿즈와 피규어를 얻을 수 있는 부스도 줄이어 설치될 예정이다.

디즈니코리아와 팀와플이 주최·주관하는 디즈니런/디즈니코리아 제공

기업들이 러닝 이벤트를 개최하는 이유는 ‘건강하고 재밌게’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이어서다. 여기에 캐릭터까지 함께하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MZ세대는 물론 언젠가 소비문화의 주축이 될 10대 청소년도 포용할 수 있다.

일부 발 빠른 기업들이 런닝 이벤트에 캐릭터를 접목한 만큼, 유통업계는 앞으로 이런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리브영이 주최하는 산리오 캐릭터즈 콘셉트의 마라톤은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는 꾸준히 열렸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디즈니런도 해외에서 여러 번 개최됐지만 국내에선 올해가 처음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러닝 인구가 느는 경향이 있고, 국내 흐름도 비슷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러닝 이벤트에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는 이런 추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