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노 수르(Cono Sur)는 남미에서 피노누아를 가장 잘 만들어내는 와이너리(와인 양조장)라고 자신합니다. 강하고 묵직한 스타일보다 우아하고 균형 잡힌 와인,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에 집중하려 합니다.”

토마스 도메이코(Thomas Domeyko) 코노 수르(Cono Sur)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0일 서울 반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코노 수르 와인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칠레 와이너리 코노 수르의 토마스 도메이코(Thomas Domeyko)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0일 서울 반포 WSA와인아카데미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코노 수르는 칠레의 대표적 와인 기업 콘차 이 토로(Vina Concha y Toro)가 1993년 콜차구아 밸리(Colchagua Valley)에 설립한 와이너리다. 비교적 신생 와이너리지만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와인을 수출하는 와이너리로 성장했다. 전체 칠레 와이너리 중 수출량 기준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400만 케이스, 4800만 병을 수출했다.

코노 수르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비결은 최신식 양조 설비 도입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포도 품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가 뒷받침됐다. 대표적인 품종이 피노누아다.

보통 칠레 와인 하면 카베르네 소비뇽, 카르메네르, 소비뇽 블랑 등 프랑스 보르도에서 들여온 품종을 떠올린다.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에서 유학하거나 여행한 칠레 귀족들이 이런 포도 품종을 들여와 20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상업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노 수르는 보통의 칠레 와이너리와 달리 부르고뉴 프랑스 품종인 피노누아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도메이코 CEO는 “칠레 와이너리가 꼭 보르도 스타일에 머물러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피노누아와 샤르도네 등 세련되고 신선한 스타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칠레 와이너리의 생산량은 카베르네 소비뇽이 75%,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등 백포도가 25%를 차지하지만, 코노 수르는 생산량의 75%가 피노누아다”라며 “나머지 20%가 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피노누아는 껍질이 얇고 병충해에 약해 재배가 까다롭다. 이 때문에 다른 품종만큼 생산을 많이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제대로 만들면 섬세하고 우아한 와인이 탄생한다.

코노 수르는 와이너리를 설립할 무렵인 1990년대 콜차구아 밸리에 30년 전에 심어진 피노누아 나무가 건재한 것을 발견했다. 칠레에서 피노누아의 가능성을 깨닫고 1999년 ‘피노누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부르고뉴 전통 양조 방식을 도입하고, 칠레 각지의 다양한 포도 재배 환경을 연구해 카사블랑카 밸리(Casablanca Valley), 산 안토니오 밸리(San Antonio Valley)까지 포도밭을 확대했다.

도메이코 CEO는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와 낮은 습도, 충분한 일조량을 갖춘 지역에서 잘 자라는 품종”이라며 “칠레 해안의 기온을 조절하는 차가운 해류가 피노누아 재배에 이상적인 기온을 유지해 준다. 카사블랑카와 산 안토니오 밸리에선 포도가 천천히 익고 뛰어난 숙성도를 자랑한다”라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경영도 코노 수르의 중요한 가치다. 2021년에는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부여되는 비콥(B-corp) 인증을 획득했다. 실제로 코노 수르 직원들은 포도밭 출퇴근에 자전거를 이용하고, 와이너리 주변의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훼손하지 않는다. 포도밭에서는 거위가 땅속 벌레를 잡아먹고, 화학약품 대신 꽃을 심어 해충을 방제하는 등 친환경 농법을 실천하고 있다.

코노 수르의 대표 와인들./변지희 기자

이날 도메이코 CEO가 소개한 대표 와인은 ▲비시클레타 샤르도네 2024 ▲20배럴 샤르도네 2023 ▲20배럴 피노누아 2021 ▲비시클레타 카베르네 소비뇽 2022 ▲20배럴 카베르네 쇼비뇽 2020 ▲오씨오 2020 등이다.

코노 수르의 플래그십 와인 ‘오씨오(Ocio)’는 피노누아 품종으로 만든 코노 수르의 최고 등급 와인이다. 30년 이상 자란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만들어진다. 연간 1만2000병만 한정 생산되며, 체리와 라즈베리, 향신료, 담배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오씨오는 2013 빈티지가 로버트 파커 96점, 2015 빈티지가 팀 앳킨 96점을 받는 등 국제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는 500~600병 정도 수입되며 신세계L&B가 공식 수입한다.

코노 수르는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도메이코 CEO는 “한국 시장은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핵심 국가”라며 “한국은 수출량 9위 정도였는데 현재 4~5위로 올라섰다. 2028~2030에는 아시아에서 일본을 넘어 1위로 도약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