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097950)은 K(케이)푸드 수출의 선봉장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주력 상품인 만두 ‘비비고’와 즉석밥 ‘햇반’을 필두로 70개국에서 1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배경엔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합성어)’가 있었다.

그래픽=손민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부문 매출은 2조924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이 중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1조48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 늘었다.

해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은 북미 지역으로 1조2470억원 규모다. 중국과 일본 지역에서도 비비고를 포함한 주력 제품 판매가 확대되면서 매출이 각각 15%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부문 매출(11조3530억원) 중 해외 식품 사업 매출은 5조5814억원으로, 그 비중이 절반에 가까웠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식품 사업 매출 중 해외 식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9%를 기록했다.

김지연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냉동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이 지난 2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식품과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비비고에 접목된 푸드테크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이처럼 비비고·햇반 등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 배경엔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가 연구·개발(R&D)한 푸드테크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비비고에 적용된 푸드테크 기술은 총 4가지로 ▲전자레인지 조리에도 촉촉한 만두피 기술 ▲오일 코팅 없이도 바삭한 만두피 기술 ▲식당에서 갓 나온 듯한 육즙 필링 기술 ▲식물성 성분 기반(Plant-based)의 대체육 가공 기술 등이다. CJ제일제당은 단순히 기술력만 총동원한 게 아니라 해당 기술이 접목된 만두 조리법(레시피)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김지연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냉동식품센터 수석연구원은 전날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식품과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 발표에서 “한국식 만두 비비고 시장 확대를 위한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자레인지·에어프라이어 등 편리한 조리법으로도 고품질의 만두를 먹을 수 있는 기술에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김 수석연구원은 대표적인 사례로 만두피 식감을 살리는 기술을 소개했다. 만두피 반죽의 글루텐과 글리아딘 구조 속에 새로운 소재를 넣어 수분을 유지했다. 전자레인지 조리법만으로도 촉촉한 만두를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울러 제품 종류에 따라 전자레인지 조리법으로도 가능한 바삭한 식감을 위해 만두피 속 사각형 밴딩 분자 구조를 느슨하게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팔리는 ‘비비고 크리스피 덤플링’에 접목된 기술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비비고 크리스피 덤플링 패키지에 조리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며 “전자레인지에 넣을 그릇 아래에 키친타올을 깔아 수분을 거의 없애는 레시피다. 편리한 조리법과 기술력의 합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대체육 가공 기술을 통해 돼지고기 맛과 식감을 대체할 커드(덩어리)를 개발해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무슬림·비건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박광수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포장개발팀장이 지난 2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식품과학회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햇반 패키징(포장)에 접목된 푸드테크 발표를 하고 있다. /민영빈 기자

햇반도 마찬가지다. 햇반은 지난해 미국에서 188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서 비비고에 이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있다.

햇반에도 푸드테크가 적용됐다. 햇반은 쌀에 고온의 수증기를 고압 상태로 넣는 특수 살균 공정을 개발해 용기 안을 완전 무균 상태로 만든 뒤 밥이 적절한 식감을 유지하도록 했다. 쌀과 용기에 있던 미생물을 완전히 제거했기 때문에 방부제 없이도 9개월간 유통할 수 있다.

햇반 용기는 전자레인지뿐 아니라 뜨거운 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특수 소재로 만들어졌다. 산소 차단 기능도 갖췄다. 밀봉 필름엔 산소와 수분 모두를 차단하는 기술력이 적용됐다. 전 세계 어디로 배송이 돼 언제 먹어도 품질이 변하지 않도록 하는 패키징(포장) 기술이다.

박광수 CJ제일제당 패키징센터 포장개발팀장은 “햇반에 새겨진 21개의 미세한 각은 누구나 손쉽게 뜯을 수 있으면서도 배송 과정에서는 밀봉돼 있도록 한 기술력 중 하나”라며 “22개일 때엔 필름이 잘 안 뜯기고, 20개일 땐 배송 과정에서도 열릴 정도라 균형점을 찾은 게 21개의 각”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까지 고려해 리사이클(Recycle·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만든 패키징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푸드테크를 통한 미래 연결의 선도(Pioneering Future Connection in Food Tech)’를 주제로 전날부터 오는 4일까지 열린다. 국내외 식품 전문가와 식품기업 관계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먹을거리 산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