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벤티 베트남 1호점. /더 벤티 제공

국내 중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이디야’와 ‘메가MGC커피’뿐 아니라 ‘더 벤티’도 베트남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더 벤티가 지난 28일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매장을 열었다. 이는 더 벤티의 두 번째 해외 매장 개장 사례다. 더 벤티는 지난 3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치먼드에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이디야도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1호점 개점을 필두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1호점은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대표 위성도시 ‘엘미나’로 정했다. 현지 파트너사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만큼 시장 확대 속도가 빠를 것으로 이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메가MGC커피도 지난해 몽골 직영 1호점으로 해외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날렸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가 최근 인수한 ‘컴포즈커피’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매장 두 개를 운영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더 성장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메가MGC·컴포즈·빽다방·더벤티·매머드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5대 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은 올해 기준 1만개를 넘어섰다. 2020년 매장 수와 비교하면 세 배 넘게 늘었다. 여기에 개인 카페 등까지 감안하면 점포 수가 약 10만점까지 늘어난다.

이렇다 보니 국내 커피 시장 경쟁은 날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오죽하면 커피 시장 강자로 꼽히는 ‘스타벅스’도 각종 행사를 통해 커피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고 있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는 커피 구매 시 다음 커피를 6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서비스를 진행했다.

국내 커피 시장에서 승산이 있으리라고 보고 뛰어든 캐나다 ‘팀홀튼’이나 미국 ‘블루보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가맹사업에 나선 팀홀튼은 지난해 4월 개점한 인천 청라점의 영업을 1년 만에 종료했다. 한국 진출 이후 첫 직영점 폐점 사례다. 블루보틀은 작년부터 국내 사업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작년 기준 당기순손실은 11억원 수준이다.

식·음료업계 관계자는 “국내 커피 시장 경쟁 강도가 생각보다 세고 소비자도 까다로운 편”이라면서 “해외 굵직한 브랜드도 국내 시장에서 기를 못 펴는 와중에 국내에서 성장을 이만큼 이뤄냈다면 해외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란 자신감도 일부 작동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류 덕도 보고 있다. 아이돌이나 배우를 필두로 드라마와 케이(K)팝이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면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수용성도 높아졌다는 뜻이다. 식·음료업계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에 가깝기 때문에 인지도 낮다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 음식을 연상케 하는 디저트를 함께 내놓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말레이시아에서 식혜나 군고구마를 활용한 음료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시행 착오가 나올 순 있다.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내에 스타벅스가 처음 상륙했을 때도 ‘밥값보다도 비싼 커피값’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저항이 심했는데 해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 브랜드에 기대 진출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문제도 간과하면 안 된다. 10여년 전인 2013년에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해외에서 방영되면서 ‘치맥(치킨과 맥주)’이 인기를 끌었던 당시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당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가 줄이어 해외 시장에 진출했지만 결국 대거 철수하는 아픔이 있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어긋나면서 대부분 매장이 철수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지화가 특히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적절한 협력업체를 선정해야 할 뿐 아니라 사업이 잘 안될 경우에 대비한 출구전략도 미리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