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K(케이)뷰티’로 불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는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뷰티 디바이스 시장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에이피알(278470)을 전통의 강호인 LG생활건강(051900)과 아모레퍼시픽(090430)이 뒤쫓는 모습이다.
뷰티 디바이스는 고주파나 초음파, 발광다이오드(LED) 파장 등으로 미백, 모공·탄력 개선 등을 도와주는 전자기기를 뜻한다. 기존에는 피부과 등에서 사용하는 전문 장비였지만,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면서도 소형화해 집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전 세계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30년 122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이피알(278470)의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에이지알(AGE-R)은 지난 5월 기준 글로벌 누적 판매량 400만대를 넘어섰다. 지난 12월 300만대를 돌파한 이후, 약 5달 만에 1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디바이스 누적 판매량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해외에서 판매됐을 만큼 높은 인기를 보였다”고 말했다.
2021년 출범한 에이지알은 비교적 업계의 후발 주자지만,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는 등 뷰티 디바이스를 대중화한 브랜드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 2021년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제품을 처음 선보였고, 2023년 출시한 ‘부스터 프로’ 제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 제품은 피부에 1000헤르츠(㎐)의 중주파 전류를 흘려보내 피부 근육 운동 및 이완, 세포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얼굴 윤곽을 조정하거나 리프팅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시 당시 30만원대의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부문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6% 증가한 3126억원을 기록했다. 에이피알 시가총액은 지난 23일 종가 기준 3조3718억원을 기록하며 LG생활건강(051900)(3조3336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해 기준 에이피알의 매출액은 7228억원, LG생활건강은 2조8506억원으로 에이피알이 약 4분의 1 수준이다.
LG생활건강은 최근 LG전자(066570)의 미용기기 브랜드 ‘LG 프라엘(Pra.L)’을 넘겨받으며 뷰티 디바이스 분야 강화에 나섰다. 프라엘은 국내 업계 최초의 프리미엄 홈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로, 지난 2017년 출범 당시 ‘더마 LED 마스크’ 제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LG생활건강은 프라엘의 상표권뿐만 아니라 제품 개발과 출시, 마케팅 활동 등을 도맡는다. LG생활건강이 가진 뷰티 기반 노하우를 LG전자 제조 기술에 접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생활건강은 프라엘 양수와 함께 최근 10만원대 신제품 ‘LG 프라엘 수퍼폼 갈바닉 부스터’를 출시했다.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 전류를 활용해 화장품 유효성분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갈바닉(galvanic)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고성능 디바이스와 화장품 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 가정에서도 전문가 수준의 피부관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2014년부터 화장품과 연계한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makeON)’을 통해 마사지기 등 각종 제품을 선보여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특히 AI(인공지능) 기술과 연계한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6년 연속 혁신상을 받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메이크온은 올해 3월 30만원대 뷰티 디바이스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 4월 20만원대의 ‘젬 소노 테라피 릴리프’ 등 주요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70% 증가했다. 특히 ‘스킨 라이트 테라피 3S’는 AI 기반 피부 측정 기능을 탑재해 개인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맞춤형 설루션을 제공한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22년 14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30년 898억달러(약 122조원)로 연평균 26.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화장품의 기능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킨 ‘뷰티테크(뷰티+테크)’가 각광받으며,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과거의 뷰티 디바이스는 100만원에 가까워 진입 장벽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10만~30만원대 중저가 제품이 주를 이루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5060 세대가 주로 뷰티 디바이스를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가격 접근성이 개선돼 2030 세대로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