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삼다수 제품 이미지. /제주도개발공사 제공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이 북적였습니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수 ‘삼다수’ 유통판매권 입찰 설명회를 개최했기 때문입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다수 유통판매권 입찰 설명회에서 20곳 넘는 기업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때 삼다수를 유통·판매하다가 이별하고 생수 브랜드 ‘백산수’를 판매하고 있는 농심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다수 유통판매권 입찰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삼다수가 여전히 국내 1위 생수 브랜드인 덕입니다. 삼다수의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은 40% 수준입니다. 생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고는 하지만, 삼다수 유통판매권을 따면 회사 매출을 한 번에 올릴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 삼다수의 유통판매권을 가지고 있었던 광동제약은 삼다수를 통해 매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입찰 조건이 바뀐 것도 이번 유통판매권 입찰에 관심을 더 두게 되는 요인입니다. 종전까지 제주 도내 삼다수 유통은 제주도개발공사가 맡고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 유통(도외 유통)은 유통판매권을 따낸 회사가 맡아왔습니다. 다만 도외라도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직접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대형마트 유통도 유통판매권 입찰을 따낸 사업자에게 맡기기로 한 것입니다. 종전까지는 편의점과 온라인, 대형 슈퍼마켓(SSM)에만 한정되어 있었던 역할이 확장된 셈입니다. 지난해 기준 제주도개발공사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거둔 삼다수 매출은 약 930억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된 배경으로는 여러 이유가 꼽힙니다. 우선 삼다수의 아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2014년 45% 수준이었는데 작년 8월엔 일시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삼다수를 일종의 ‘우아한 백조’로 보고 있습니다.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 수면 아래에선 엄청난 발길질을 해야 하는 사실에 빗댄 것입니다.

생수 업계 관계자는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40%대를 지키고는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통사가 판관비를 늘려야 한다”면서 “생수 유통 이익률이 그리 높지 않은데 판관비까지 오르면 유통사에겐 사실상 남는 것이 없다. 이번에 제주도개발공사가 유통사의 역할을 확장해 준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삼다수 전용 앱 정기 구독제를 변화의 이유로 꼽는 시선도 있습니다. 온라인 부문 매출은 원래 유통판매권을 따낸 사업자의 영역이었지만, 2019년 제주도개발공사가 자사 앱을 만들면서 변화가 있었습니다. 현재는 앱 주문에 따른 판매 이익은 제주도개발공사가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다수 앱 회원 수는 36만명 수준으로 누적 주문 수는 200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온라인 부문에서 나는 이익을 유통판매권을 따낸 회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는데 이를 제주도개발공사가 일부 가져가게 돼 대형마트 부문을 열어준 것”이라며 “이 같은 결정은 제주도개발공사가 영민하게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삼다수 앱 출시 초창기엔 매출이 미미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앞으론 늘어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생수는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구독제 상품에 적합합니다. 삼다수 앱 내 구독 기능이 경쟁력을 가지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는 “유통 구조 혁신 용역과 위원회 심의에 따른 변화”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생수 시장의 대선’이라고도 불리는 삼다수 유통사업권 입찰전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요. 광동제약이 연이어 유통권을 거머쥘지, 아니면 새로운 기업이 차지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