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107년 역사를 가진 일본 미야기현 ‘칸바이주조’의 대표 사케 브랜드 ‘미야칸바이(宮寒梅)’ 3종을 국내에 공식 출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일본 최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의 국제선 퍼스트·비즈니스 클래스, 싱가포르 항공 등에서 제공되는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희소성과 품질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이와사키 마나 칸바이주조 대표(왼쪽)가 지난 20일 방한해 프리미엄 사케 '미야칸바이'를 소개하고 있다./변지희 기자

지난 20일 서울 강남 뉴브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야칸바이 한국 출시를 기념해 방한한 이와사키 마나 칸바이주조 대표는 “미야기현의 쌀과 물, 전통을 담은 사케가 한국에 소개돼 기쁘다”라며 “맑은 날, 슬픈 날, 울적한 날에도 미야칸바이 사케 한잔으로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이와사키 대표는 칸바이주조를 5대째 이끌어가고 있다.

미야칸바이는 1918년 설립된 칸바이주조의 대표 브랜드다. ‘마음에 봄을 부르는 사케’라는 기업 이념을 갖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양조장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었으나 지역과 고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재건에 성공했다.

칸바이주조는 미야기현 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가진 양조장이다. 미야기현에서 생산되는 쌀만을 사용해 사케를 만들고 있으며, 주정을 첨가하지 않고 쌀·물·누룩만으로 빚는 ‘준마이’ 방식에 집중한다. 특히 네 종류의 쌀을 직접 재배한다. 미야마니시키(美山錦), 아이코쿠(愛国), 히요리(ひより), 야마다니시키(山田錦) 등이다.

칸바이주조는 정미율 60% 이하인 ‘준마이긴죠’와 50% 이하인 ‘쥰마이다이긴죠’만 생산한다. 정미율은 쌀의 겉부분을 도정해서 남은 쌀의 비율을 퍼센트(%)로 표시한 것이다. 정미율이 낮을수록, 즉 쌀을 많이 깎을수록 쌀의 중심부만 남게 돼 잡맛이 줄고, 사케의 맛과 향이 더 깔끔하고 화려해진다. 정미율 50% 이하인 ‘준마이다이긴죠’(주정 무첨가), ‘다이긴죠’(주정 첨가)가 가장 고급으로 여겨진다. 칸바이주조 역시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이는 제품은 ▲미야칸바이 준마이긴죠 55 ▲준마이다이긴죠 45 ▲준마이다이긴죠 제이센 40 등 3종이다. 제품명에 포함된 숫자가 정미율이다. 55라는 숫자는 쌀을 45% 깎아내고 남은 55%만을 사용해 술을 빚었다는 의미다.

이와사키 대표는 “세계 농업유산에 등재된 농지에서 재배한 사사니시키 쌀을 초고도 정미(정미율 33%)해 만든 한정판 쥰마다이긴죠 33도 내년부터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사니시키를 이정도로 정미한 것은 칸바이주조가 최초일 것”이라며 “현재는 미야기현 내에서만 유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소개된 3종의 사케는 각각 뚜렷한 콘셉트를 갖고 있다. 준마이긴조 55는 일본에서 전국 랭킹 9위에 오른 베스트셀러로, 상쾌한 과실향과 부드러운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봄 꽃을 연상시키는 화사하고 섬세한 향, 은은하게 번지는 단 맛, 숙성된 쌀의 깊이있는 감칠맛이 특징이다.

준마이다이긴죠 45는 18년전 출시된 미야칸바이 브랜드의 첫 제품으로 칸바이주조의 상대적으로 단맛이 덜하며 청량하고 깔끔한 마무리가 인상적인 제품이다. 꽃이 피는 듯한 화사한 아로마, 쌀 본연의 풍성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이와사키 대표는 “이번에 출시한 세 가지 제품 중 가장 애정하는 사케”라며 “정성을 다해 만든 만큼 추천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이센 40은 쌀을 60%까지 깎아내 만든 고도 정미 사케로 향이 화려하게 피어나며 쌀 본연의 풍성한 감칠맛과 부드러움, 긴 여운이 특징이다. 이와사키 대표는 “와인에 비견되는 사케”라며 “고급 식사와 페어링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2013년부터 사케 수입을 시작해 현재까지 18개 양조장의 총 42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인 2021년부터 사케 부문은 매년 2배 이상 성장해 연평균 성장률이 106%에 달한다. 하이트진로 측은 “올해는 전년 대비 3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케를 수입할 때 가장 우선 고려하는 것은 일본에서 이슈성이 있는지, 트렌드에 맞는 사케로 평가받는지다. 미야칸바이가 이에 적합한 브랜드라고 판단했다”라며 “기존에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한 대중 브랜드 위주로 수입했지만, 미야칸바이처럼 일본 내에서도 이슈성과 희소성을 갖춘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사키 대표는 “사케 전체 수요는 줄고 있지만 본인 취향과 가치를 중요시하며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라며 “첫 잔이 맛있는 사케를 목표로 술을 만들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야칸바이 사케는 대형 유통채널보다는 고급 이자카야, 일식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가격은 8~10만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단순히 가격이 높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