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간 1100억원 수준인 백산수 매출을 5년 내 20% 이상 증가시키고, 25% 수준인 중국 매출 비중도 30%까지 높이겠다.”

김상헌 농심(004370) 마케팅실장은 지난 16일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이도백하(二道白河)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백산수 수원지가 백두산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많다. 국내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해 수원지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중국 내륙에서도 적극적인 수요 개척 활동을 펼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6일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이도백하(二道白河)에 있는 연변농심 백산수 공장에서 김상헌 농심 제품마케팅실장이 제품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정재훤 기자

백산수는 농심이 지난 2012년 12월 출시한 생수 브랜드다. 농심은 중국 정부와의 계약을 통해 이도백하 내 해발고도 670m에 있는 내두천을 수원지로 독점 사용한다.

백산수 매출은 지난 2013년 24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5년 신공장 준공 이후 생산력을 확대하며 2019년부터 꾸준히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내는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누적 매출액은 1조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백산수 매출액은 1000억원 안팎에 정체돼 있다. 생수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며 경쟁이 심화한 탓이다. 2023년 시장조사업체 닐슨IQ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오프라인 생수 시장 점유율은 제주특별자치도 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가 약 40.3%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가 약 13.1%로 2위를, 농심 백산수는 약 8.3%로 3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국내 시장에서 삼다수는 ‘국민 생수’로 불릴 만큼 높은 신뢰도와 인지도를 갖췄다. 아이시스는 롯데칠성음료가 가진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였다. 이밖에 하이트진로의 ‘석수’, 풀무원의 ‘풀무원샘물’, 동원F&B의 ‘동원샘물’ 등도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비교적 인지도가 높다.

과거보다 경쟁사도 많아졌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2월 먹는샘물 브랜드 ‘울림워터’를 출시하며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앞서 오리온도 2019년 ‘제주 프리미엄 용암수’를 출시했다. 쿠팡은 2017년 PB(자체 브랜드) 상품 ‘탐사수’를 유통하며 자사 플랫폼에서 다른 생수 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백산수 사업을 확대하려던 농심의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연변농심이 이도백하 지역에 확보한 부지는 총 29만1510㎡(8만8336평) 규모로, 1공장(건축면적 8만2133㎡)과 동일한 규모의 공장 2개를 더 지을 수 있다. 안명식 연번농심법인장은 “아직은 설비 증설 계획이 없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공장을 추가로 지을 준비는 돼 있다”고 말했다.

'자연정수기간 40년'을 강조한 농심 백산수의 2025년 신규 광고 이미지. /농심 제공

농심은 올해부터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백두산 천지부터 내두천 수원지까지 ‘자연정수기간 40년’을 강조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자연정수기간은 빗물이 지표면에 흡수되어 지하 암반층을 통과하는 시간이다. 이 기간이 오래될수록 물이 깨끗해지고, 천연 미네랄 함유량도 높아지는 등 생수 품질에 영향을 끼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내두천에서 자연 용출되는 지하수는 백두산 천지에서 내린 빗물로부터 시작해 약 40년간 총 45㎞의 자연보호구역 지하 암반층을 타고 흘러온 것으로 추정됐다.

농심은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백산수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적극적인 브랜드 홍보를 진행 중이다. 최근 2년간 연평균 5000명이 공장에 방문했다. 농심은 올해부터 연간 1만명 방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심은 중국 내 제품 판매도 확대한다는 목표다. 백산수는 전체 매출의 약 25%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농심은 중국 정부로부터 철도 운송권을 획득해 공장 내부까지 이어진 철도로 중국 전역으로 운송하고 있다.

지난 17일 중국 연길 시내의 한 마트에 백산수(아랫줄 오른쪽 두 번째)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정재훤 기자

농심은 지난 2021년 중국 천연광천수위원회가 실시한 백산수 수원지 종합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5A’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현지 유통업체에 연간 약 1억병(약 5만t)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이달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지난 2022년부터는 중국 전용 5리터(L) 제품도 생산하고 있다.

심규철 농심 마케팅부문장은 “생수는 자연에서 나는 물을 그대로 담아 팔기 때문에, 다른 식품과 달리 제조사가 추가로 품질을 개선하거나 하는 등의 활동이 어렵다. 결과적으로 가격과 품질, 또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생수 중 백두산 용천수로 생산하는 제품은 백산수가 유일하며, 공장 설비도 가장 선진화됐다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백산수에 담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