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고급 해산물 뷔페 ‘바이킹스워프(VIKING’S WHARF)’와 ‘크랩52(CRAB52)’는 미국 달러(USD) 가격제로 유명합니다. 해외가 아닌 국내 식당에서 달러로 음식값을 표시·계산하는 독특한 마케팅이 이목을 끈 것입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바이킹스워프는 성인 110달러(한화 약 15만원), 어린이 55달러(약 7만5000원) 등으로 가격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크랩52도 성인 200달러(약 27만원), 어린이 100달러(약 13만7000원)로 가격을 표시한 상태입니다. 이때 소비자가 원화 결제를 원하면 전날 IBK기업은행에서 최종 고시한 기준 환율에 따라 계산됩니다.

바이킹스워프·크랩52는 (주)바이킹그룹이 운영합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건 소비자에게 받은 음식값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랍스터, 킹크랩 등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입니다. 이때 현지 판매자들은 판매 시점에서의 시세로 가격을 정하고 달러로 거래합니다. 원·달러 환율에 따라 가격이 늘 변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현재 두 곳 모두 소비자가 원하는 결제 방식에 따라 달러(지폐만 가능)·원화를 모두 음식값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래픽=정서희

그렇다면 국내에서 외화로 음식값을 계산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행정 해석상 내국인 간 거래는 원화 또는 내국 지급 수단으로 해야 한다는 게 원칙입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 고시한 외국환거래규정 제5-11조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거주자(내국인)와 비거주자(외국인) 간 또는 거주자와 다른 거주자 간 건당 1만달러(한화 약 1370만원) 이하의 경상거래(일반 거래)에 따른 대가를 대외 지급 수단으로 직접 지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외환심사팀 관계자는 “식당에서 환전 업무가 아닌 결제 수단으로만 사용한 경우라면 1만달러 이하 음식값 지급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화로 가격을 표기한 식당에서 원화로 결제할 경우도 외국환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는 주로 카드 결제를 할 때 적용되는데, 카드사의 자동 환율 적용에 따라 실제 결제가 원화로 청구되기 때문에 위반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바이킹스워프나 크랩52에서 달러(현금)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직접 받았을 경우엔 외국환거래법·규정상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사실상 외국환 업무를 취급하지 않는 곳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황인욱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환전 또는 외국환의 매매 등은 외국환 업무 취급 기관으로 등록된 곳에서만 허용된다”며 “환전상과 비슷한 업무가 (식당에서) 있었다면 무등록 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 시중 은행에 달러가 쌓여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문제는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격 단위가 달러로 돼 있다는 점만 보고 달러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환율에 따른 유동적인 가격은 소비자들이 매번 결제 금액을 한 번에 알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소비자기본법’에서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오인하지 않도록 명확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황인욱 변호사는 “메뉴판에 달러로 적은 숫자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결제 금액으로 제대로 인지됐는지를 놓고 법적 쟁점이 남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영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만큼, 소비자에게 정확한 결제 금액을 알려주는 건 업체의 책임이자 의무”라며 “소비자가 명확히 가격을 인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