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충남 천안 hy(옛 한국야쿠르트) 천안공장. 37m 길이의 충전 설비에는 hy의 스트레스케어 신제품 ‘쉼’이 1초에 7개씩 생산되고 있었다.
성형파트에서 8초마다 10개씩 만들어내는 포장 용기가 보관 탱크에서 적립기를 거쳐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졌다. 하얀 공병들은 벨트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면서 라벨이 입혀지고, 제품 용액이 채워지면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졌다.
만들어진 제품들은 40개씩 한 박스에 실려 6박스씩 로봇팔에 의해 팔레트 위로 옮겨졌다. 90개의 박스가 얹어진 팔레트는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냉장창고로 이동했다.
1시간에 최대 2만5000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임에도, 15명 안팎의 근로자들은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지켜보는 것으로 끝이었다.
◇ 50억 설비 투자해 쉼 생산… 유제품·건기식 만들어 위생 철저
1995년 4월 세워진 hy 천안공장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쿠퍼스, 엠프로(MPRO)4 등 회사의 대표 제품을 만드는 핵심 생산기지다. 2000년 출시된 윌의 생산을 줄곧 맡아오다 2003년 자동화 공정을 도입해 운영돼왔다. 현재는 92명의 직원이 주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제품 생산을 위한 충전라인과 성형기, 조합탱크 등 신규 설비에 약 50억원을 투자하면서, hy가 새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는 쉼의 생산기지가 됐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쉼을 만드는 천안공장은 생산동에 들어서는 것부터 간단치 않았다. 대부분의 원·부재료가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 관을 타고 옮겨지지만, 생산되는 제품이 모두 원유(原乳)를 사용해 만드는 유가공품인데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와 각종 기능성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이물 혼입은 물론 위생 관리 역시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서다.
생산라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생산라인 전용 신발과 마스크는 물론 위생모와 방진복을 입어야 했고, 테이프로 방진복 위에 붙어있을지 모를 먼지나 머리카락 등도 제거해야 했다. 또 접견실에서 생산라인으로 가기 위한 각 문을 거칠 때마다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발라야 출입문을 열 수 있었다.
◇ 자동 시스템 구축해 원액 온도·압력 관리… 스마트해썹 인증도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원액파트였다. 거대한 금속 탱크수십개가 늘어선 원액파트에는 고소한 우유 냄새가 진동을 했다.
유제신 원액파트 파트장은 “원유와 분유가 섞이면서 만들어지는 분유용해액 냄새”라면서 “원액파트에는 5만ℓ짜리 원유 탱크만 5대가 있고, 분유와 원유를 혼합해 용해액을 만드는 1만4000ℓ짜리 용해탱크가 8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제품에 들어가는 균주를 활성화하기 위해 첨가되는 당을 보관하는 당류 저장탱크(1만2000ℓ) 3대, 시럽용해액을 만들기 위한 탱크 4대(1만2000ℓ 3대· 6000ℓ 1대) 등이 모든 제품을 만들기 위한 공통 과정에 쓰였다.
원유는 공장에 있는 수많은 관을 타고 탱크를 옮겨가면서 각 제품에 맞는 원액으로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와 압력’이라고 유 파트장은 설명했다.
원유에는 잡균이 들어있는데다 선도 유지가 중요해 보관은 물론 각 공정으로 옮겨지는 데에도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 차로 옮겨진 원유는 품질 검사와 냉각과정을 거쳐 섭씨 4~5도로 원유저장 탱크에 모인다.
이후 분유가 더해져 분유용해액이 된 뒤 섭씨 133도에서 살균 과정을 거친다. 원액파트는 원유 온도 관리를 위해 곳곳에서 냉각수가 사용돼 서늘한 편이지만, 살균기 앞은 사우나에 온 듯 뜨거웠다.
압력은 원유가 가공되는 과정에서 유지방이 서로 엉기면서 입자가 커지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보통 원유는 0~1바(bar·1바는 대기압 수준)에서 관을 타고 옮겨지는데, 용해 과정에서 엉기는 유지방을 고르게 깨주기 위해 155바의 압력으로 용액을 작은 노즐로 밀어내는 균질기를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분유용해액은 제품별로 맞는 프로바이오틱스를 접종한 뒤 배양탱크에서 적게는 8시간에서 많게는 18시간 이상 배양된다. 이후 살균 처리된 시럽과 더해져 조합탱크로 옮겨지고 매실청처럼 제품에 쓰이는 향료가 첨가되면 우리가 마시는 원액으로 만들어진다.
공정을 설명하는 유 파트장 뒤 모니터에는 단계별 용액의 온도와 이송관의 압력 등이 실시간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천안공장은 2021년 7월 온도·압력 등을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 유가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스마트해썹 인증을 받았다. 또 공정마다 원액이 200마이크로미터(㎛)짜리 필터를 여러 번 거치게 해 이물 혼입도 차단하고 있다.
◇ 쉼, 아직은 윌 4분의 1...20억 투자해 추가 설비 도입 계획
원액파트에서 쉼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배양탱크(1만4000ℓ)는 4대, 조합탱크(2만5000ℓ)는 6대다. 전체 배양탱크(26대)와 조합탱크(45대) 가운데 윌을 만드는 데 쓰이는 탱크가 각각 18대, 24대이므로, 쉼의 생산은 아직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생산량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hy는 추가 설비를 도입해 쉼을 비롯한 신제품의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유 파트장은 원액파트 한쪽에 비어있는 공간을 가리키며 “쉼의 수요 증가와 신제품 생산에 대비해서 추가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20억원 가량의 추가 설비 증설을 추진 중”이라면서 “최근에는 유럽에서 장비가 도입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감안해 미리 대비하는 차원에서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원액파트에서 만들어진 원액은 성형실과 충전실에서 만들어지는 용기에 담긴다. 용액을 병입하는 과정에서도 이물 혼입이나 불량을 막기 위해 용기를 이온 세척하고, ‘비전’이라는 카메라로 불량품과 이물을 걸러내는 과정을 5번 거친 뒤에야 병입이 이뤄진다.
포장이 완료된 후에도 X선 검사와 품질 검사 파트에서 샘플 검사를 받은 뒤 프레시 매니저들(hy의 방문판매 유통망)에게 갈 준비가 끝난다.
◇ 하루 11만개 팔리는 쉼 ‘차세대 윌’… “매출 26% 신장 목표”
쉼은 hy가 윌 이후 야심차게 준비한 메가 히트 제품이다. hy는 윌을 출시한 이듬해인 2001년 약 77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17%의 신장률을 보였다. 윌은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 약 3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쉼은 지난 2월 13일 출시 이후 이달 중순까지 4개월 동안 누적 1300만개가량 팔렸다.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판매되는 가격이 개당 1600원이니 약 208억원의 매출을 낸 셈이다. 일평균 약 11만개가 팔리는 것으로, 최근 무더위와 장마로 프레시 매니저들의 활동이 어려워지는 여름철임에도 판매량이 유지되고 있다.
hy가 제품 출시 당시 일평균 5만개, 연매출 300억원을 목표로 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쉼 생산라인 역시 토요일을 제외하고 전일 생산을 이어가며 78%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천안공장은 올해 쉼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0% 증가한 3354만개의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목표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6% 증가한 약 5500억원으로 설정했다.
김인수 hy 천안공장 공장장은 “쉼을 윌을 잇는 hy의 차세대 핵심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안전하고 우수한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