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링 레이블 대망의 첫번째 트랙! 현재 재생되는 음원을 듣고 가장 어울리는 곡명을 지어주길 바래’

소규모 음반 제작사를 연상케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 ‘칠 레이블’이 5개월 만에 팔로워 수 1만명을 넘었다. 매주 인디 뮤지션과 협업해 신곡을 발표한 뒤 댓글로 제목을 공모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한 게 입소문이 났다.

롯데칠성음료 콘텐츠마케팅팀이 기획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칠링 레이블'. / 인스타그램 캡처

이 계정은 롯데칠성음료의 콘텐츠마케팅팀이 칠성의 ‘칠’을 새롭게 브랜딩 하기 위해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애초 칠성은 롯데그룹에 인수되기 전 창업자 7명의 이름이 모두 다르다는 의미의 칠성(七姓)과 북두칠성을 의미하는 칠성(七星),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진 작명이다.

그런데 칠 레이블은 ‘칠’에 ‘느긋한 시간을 보내다’란 뜻의 영어 단어 칠(chill)의 의미를 더했다. 칠 레이블에서 공개하는 음악들은 대부분 느리게 흘러가거나 비트가 강하지 않아 자기 전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다. 현재까지 유라, 1415, 아도이 등 대중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인디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이 참여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이 계정에서 회사명을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계정 대표 이미지에 들어간 칠(chill) 디자인이 칠성사이다 영문 로고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다는 인상은 주지만 게시물이나 글을 통해 회사명이나 제품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회사 측에서도 “이 계정과 관련해 따로 홍보자료를 준비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에 창립된 ‘장수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낡고 오래됐다’는 인식을 줄 수 있는 만큼 회사명을 숨기고 콘텐츠로 다가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롯데칠성음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이 지난 2016년 개설된 후 4만2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칠 레이블 계정의 성장 속도는 빠르다.

롯데칠성음료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2020년부터다. 칠성사이다 출시 70주년을 맞아 자사몰과 온라인 편집몰 29cm, 텐바이텐 등에서 한정판 굿즈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칠성사이다 초기 디자인을 미니병으로 재현한 빈티지 미니어처 세트와 문구세트, K팝 아이돌 BTS와 협업한 미니어처 세트와 사이다를 모티브로 한 향수를 한정판으로 출시해 완판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 롯데칠성음료 제공

2020년 말 그룹 내에서 초고속 승진 사례로 꼽히는 박윤기 대표가 취임한 이후 MZ(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마케팅을 더욱 강화했다. 상무를 단 지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박 대표는 1970년생으로 전임 대표보다 8살이 어리다. 박 대표는 정통 롯데맨으로 영업전략팀에서 근무를 시작해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박 대표 취임 이후 롯데칠성음료의 신제품을 보면 MZ세대가 열광하는 펀슈머(fun과 consumer의 합성어,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 뉴트로(옛 것을 현대화한 것, 신복고) 등의 키워드와 관련돼 있다.

아이스크림 빠삐코 맛 소주 처음처럼, 동치미맛 탄산음료 미치동 스파클링, 밀키스 우유식빵맛 등을 출시했다. 2020년 문연 굿즈 전문 온라인몰 ‘칠성살롱’에서 1980~1990년대 출시됐던 델몬트 오렌지 주스를 미니병으로 재현해 판매했다.

칠링 레이블, 칠성살롱, 델몬트 오렌지 주스 등 SNS 상에서 화제가 된 프로젝트는 모두 콘텐츠마케팅팀의 작품이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콘텐츠마케팅팀은 2020년 말 신설된 조직으로 팀장을 포함해 8명 전원이 20~30대로 구성돼 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MZ세대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조합일수록 신기해하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나이 들어 보이는 브랜드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열일(열심히 일한다)하는 느낌을 주는 회사에 호의적인 평가가 많고 장수기업일수록 고객의 세대교체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