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케이(K)패션은 일본 패션 시장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합니다.”
1일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에서 열린 ‘K패션 넥스트’ 포럼에서 카시와기 마타히로 비츠 대표이사는 일본 패션 시장에서의 K패션의 위상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이번 포럼은 K패션·플랫폼 운영사 메디쿼터스가 마련한 행사다. 메디쿼터스는 현대백화점(069960)의 K콘텐츠 수출 플랫폼 ‘더현대 글로벌’의 일본 현지 운영을 담당하는 업체다. 최근 현대백화점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번 행사는 국내 패션·유통업계 관계자들에게 더현대 글로벌을 비롯한 자사 일본 사업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하민 메디쿼터스 일본사업부 최고사업책임자(CBO)와 카시와기 마타히로 비츠 대표, 후카사와 아키히토 바로크재팬 부사장, 마츠시타 쿠미 쿠미콤 대표 등 일본 패션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일본 내 K패션의 현주소를 공유했다.
카시와기 대표는 “한국 패션은 리얼리티(현실성)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일본 패션은 고급스럽고 정형화된 느낌인 반면, 한국 패션은 길거리 등 일상에서 즐기는 자연스러운 이미지”라며 “일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이런 매력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카사와기 대표는 일본의 5대 패션기업 중 하나인 TSI홀딩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부문 대표를 역임한 후 현재 오프라인 점포 시공 업체 비츠를 이끌고 있다.
패션 저널리스트인 마츠시타 대표는 ‘다양성’을 한국 패션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K패션은 트렌디하고 개성있고 엘레강스하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다양하게 믹스할 수 있다”면서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일본 패션 관계자들은 특히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에서 보여지는 한국 패션의 독창성이 일본의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과거 한류가 K팝이나 K드라마를 통해 접한 아이돌 스타일을 따라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이제는 문화로서 한국의 패션과 뷰티, 음식을 접하려 한다는 것이다.
카시와기 대표는 K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를 예로 들어 “브랜드의 세계관을 담은 비주얼 콘텐츠 등 일본과는 완전히 다른 이커머스 사이트 구성에 쇼크(충격)를 받았다”면서 “현재 일본 이커머스에도 한국 브랜드의 콘텐츠 표현 방식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마우지, 슬라이, 엔폴드 등 17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파로그재팬의 후카사와 부사장은 최근 인상 깊게 본 브랜드로 ‘마뗑킴’을 꼽았다. 그는 “브랜드명부터 임팩트가 있다. 브랜드의 독창적인 감도를 고객들이 알 수 있도록 잘 표현하는 게 성공한 한국 패션 브랜드의 공통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K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젠틀몬스터, 마뗑킴, 마르디메크르디 등이 도쿄 중심지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고, 백화점 업계도 K패션 진출 플랫폼을 자처하고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파르코 시부야점에서 더현대 글로벌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두 달 반가량 운영하면서 약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004170)백화점도 K패션 해외 진출 플랫폼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스토어를 일본 주요 백화점에서 운영하고 있다.
K패션에 대한 일본 패션 유통업계의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마츠시타 대표는 “백화점 업계는 항상 새로운 브랜드와 트렌드를 찾는다. 특히 K패션은 젊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강력한 콘텐츠이기에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후카사와 부사장은 “한국 브랜드의 일본 진출에 위협과 경쟁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브랜드들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위해 기획되었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도 이런 방식을 본받으려 한다”고 했다.
K패션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 성공하기 위해 고려할 요소로 마츠시타 대표는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강조했다. 상품을 직접 확인하고 입어보는 일본 소비자의 쇼핑 습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일본 소비자들은 옷의 소재는 물론 냄새까지 맡아볼 정도로 상품을 꼼꼼히 확인한다”며 “오프라인 체험이 일본인에게 중요하기에, 온라인 판매를 하면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전개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카사와 부사장은 ‘가격’을 꼽았다. 한국과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온라인으로 상품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 형성되길 바란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그는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른 브랜드에 절대 뒤지지 않는 강점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