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지난해 한국에서 총 7조3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반면, 기부금은 0.055% 수준인 4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여전한 한국 내 명품 인기에 힘입어 매년 가격을 인상하고 해외 본사에 수천억원을 배당하면서도, 한국 사회에는 형식적인 수준의 기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루이비통코리아·샤넬코리아·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리치몬트코리아 등 주요 명품 기업 5곳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7조29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987억원(8.94%)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조2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695억원(5.73%) 증가했다.

그래픽=손민균

이들 5개사의 지난해 기부금은 총 40억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4억4300만원)보다 16억원 늘었지만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0.055%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본사로 지급한 배당금은 6863억원에 달했다.

리치몬트코리아는 실적 성장에도 기부금 규모를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매출 1조7952억원, 영업이익 13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 22.7% 늘어난 수치다. 리치몬트그룹은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피아제, IWC, 몽블랑, 부첼라티, 끌로에 등을 보유하고 있다.

리치몬트코리아의 기부금은 4억9900만원으로 전년 동기(5억7000만원) 대비 약 12.5% 감소했다. 매출액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028% 수준이다. 같은 기간 리치몬트코리아가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은 738억원으로 전년 동기(535억원)보다 37.9% 늘었다.

서울 시내 한 루이비통 매장의 모습. /뉴스1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 2024년 매출 9643억원, 영업이익 266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13% 늘었지만 기부금은 전년 수준인 5억5300만원에 그쳤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484억원, 38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9%, 35.7% 늘었다. 기부금으로는 4억500만원을 냈다. 앞서 루이비통코리아는 국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한 차례도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샤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1조8446억원, 영업이익 269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8% 늘었고, 영업이익은 약 1% 감소했다. 기부금은 19억1700만원으로 5개사 중 가장 많았다. 전체 매출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1%였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은 지난해 가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2차례 인상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작년 실적이 매출 9454억원, 영업이익 22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6%, 27.4% 줄었다. 기부금으로는 6억6500만원을 냈다. 전체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0.07%로 샤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에 걸린 까르띠에 외벽 광고. /연합뉴스

명품 업체들은 올해도 수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샤넬은 지난 1월 일부 플랩백 제품에 평균 2.5% 가격을 올렸고, 이달 초에도 가방과 주얼리 일부 제품군 가격을 인상했다. 디올도 주얼리 제품군 중심으로 8%가량 가격을 올렸다. 까르띠에도 올해 2월과 5월 약 3개월 간격으로 제품 가격을 평균 6%씩 인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기업들의 기부금이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 명품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