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020000)이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섬의 자체 패션 브랜드 ‘시스템’과 ‘시스템옴므’(이하 시스템)는 파리패션위크 주간인 오는 26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2026년 봄·여름 신제품 패션쇼를 열 예정이다.
파리 샹젤리제에 위치한 그랑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역사적인 건물이다. 특히 파리패션위크 기간 피날레를 장식하는 샤넬 패션쇼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하다. 지난 2021년부터 3년여간 진행된 그랑팔레 개보수 작업에 샤넬이 2500만유로(한화 약 395억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케이(K)패션 브랜드인 시스템의 입성이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시스템은 2019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파리패션위크에 참여해 왔다. 14회째 개최되는 이번 파리 패션쇼 주제는 ‘오피스 데이드림(Office Daydream)’이다.
한섬은 2013년부터 파리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그해 8월 파리 마레 지구에 파리 현지 법인인 한섬 파리(Handsome Paris)를 설립하고, 이듬해부터 자사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을 운영했다.
2019년부터는 시스템 브랜드로 파리패션위크에 참가하고 있다. 시스템은 1990년 한섬이 출범한 토종 브랜드로, 여성복과 남성복을 선보인다. 연 매출 규모는 여성·남성복을 포함해 2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작년 6월에는 톰그레이하운드 매장을 시스템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로 재단장했다. 해당 매장은 150여개 시스템 매장 중 가장 큰 470㎡(약 142평) 규모로, 의류·잡화 등 시스템의 글로벌 전용 상품 400여 종을 선보인다. 지난해 매출은 목표치의 130%를 달성했다.
또 작년 7월부터는 파리 유명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 오스만 본점에서 1년째 시스템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쁘렝땅과 봉 마르셰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백화점에서도 단독 매장 개설 제의를 받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섬의 또 다른 자체 브랜드 타임도 파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타임은 지난해 9월 파리패션위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으며, 올해 9월에도 파리에서 패션쇼를 열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이래 패션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인수 당시 5000억원이 안 되던 매출은 지난해 1조4835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635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7%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 33%씩 줄었다. 업계에선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가 경기침체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한섬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위기 돌파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김민덕 한섬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핵심 브랜드의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작년에 오픈한 시스템 파리 플래그십 매장과 파리 대표 백화점에서 운영 중인 단독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같은 이유로 경쟁사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LF(093050)는 헤지스로 중국, 베트남에 이어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코오롱인터스트리FnC부문은 코오롱스포츠와 지포어로 중국과 일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물산(028260)은 올 하반기 필리핀에 에잇세컨즈 매장을 낼 예정이다
한섬 관계자는 “전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를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아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함께 영업망을 확대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