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플랫폼은 못 믿겠어요. 가격을 더 내도 공식 홈페이지나 백화점에서 사려고요.” (27세 직장인 김민정씨)
최근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판매한 미국 명품 브랜드 피어오브갓의 ‘에센셜’ 티셔츠가 가품(짝퉁) 판정을 받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명품 가품 유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무신사가 “100% 공식 유통사에서 제품을 받았지만 가품 판정이 나왔다”라고 발표하면서 패션업계는 디지털 인증서를 발행하거나 단독 수입 등을 내세우며 정품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메종키츠네 매장, 직원에게 정품 여부를 묻자 라벨에 달린 바코드를 보여줬다.
메종키츠네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는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자사가 수입하는 티셔츠에 별도의 라벨을 달고 바코드를 부착한다.
이를 통해 구매 시간과 장소 등을 파악해 진품 여부를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수선을 요청할 경우 회사는 이 바코드를 입력해 정품 여부를 확인하고, 1년 간 수선 서비스를 무상으로 지원해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메종키츠네, 아미, 르메르, 톰브라운 등의 본사와 단독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본사와 마케팅, 할인 행사를 사전 협의해야 하는 등 제약이 있지만, 확실한 정품을 판매하기 위해 직매입 방식을 택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보증서를 제공하고 있다. 보증서에는 구매 이력, 수령일과 판매자, 구매처 등 정보가 포함됐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12월부터 메종 마르지엘라, 끌로에 등 26개 고가 럭셔리 브랜드에 우선적으로 발급하고 있다. 디지털 보증서는 해당 브랜드의 제품 상세 페이지를 통해 발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제품 배송 완료 7일 후 발급된다.
명품 플랫폼도 정품 검수 시스템 확충에 나섰다. 이들은 그동안 가품을 걸러내는데 돈을 쓰기보다는 광고비에 수백억원을 책정하는 등 외형 확대에만 치중해 왔다.
가품 논란은 명품 커머스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3사 모두 판매 품목을 확대하기 위해 병행수입 상품을 판매한다.
병행수입 상품은 국내외 판매자가 해당 브랜드와 정식 계약을 맺은 부티크(1차 도매상)나 온·오프라인 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를 통해 물건을 확보했는지 알 수 없어 100% 정품 인증이 어렵다.
발란은 한국 명품감정원과 제휴해 고객의 검수 요청 시 5만원가량의 검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트렌비는 현재 40명 규모인 내부 명품감정팀 인원을 연내 100명 이상 늘릴 계획이다.
가품 판정으로 홍역을 겪은 무신사는 관세청 산하 무역관련지식재산보호협회(TIPA)와 협업해 정품 감정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무신사와 ‘에센셜 티셔츠 논란’의 중심에 섰던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 역시 가품 검수 인력 확충 및 검수센터 건립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과 2월, 서울 당산동과 성수동에 각각 4727m²(1430평), 995m²(300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지난해에는 가품 검수 인력 확보를 위해 수익(33억원)의 대부분인 32억원을 인건비로 투입했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에센셜 티셔츠 가품 판정은 플랫폼의 신뢰도를 전반적으로 떨어뜨린 중대한 이슈”라며 “플랫폼의 성장을 위해선 철저한 검수 시스템을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