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기사회생한 토종 속옷업체 쌍방울(102280)이 또 다시 신사업에 뛰어든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쌍방울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억원, 순이익 25억원을 거두면서 흑자전환했다. 쌍방울은 지난 2018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본격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쌍방울에는 득이 됐다. 방역마스크 제조업에 뛰어들면서 지난해만 800억원대의 물량을 수주해서다.
이 가운데 쌍방울은 최대주주인 광림(014200)과 함께 항공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달 31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이스타항공 입찰에 뛰어들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빠져 올해 1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인수자를 찾고 있다.
쌍방울은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속옷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탓이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내의류시장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2018년 2조2070억원을 기록한 이후 줄곧 감소세다. 올해 시장 규모는 2조원 아래로 떨어진 1조9688억원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한국 속옷 브랜드의 경쟁력은 2010년대 후반 들어 수직낙하했다. 일본 유니클로를 위시한 기획·생산·유통 일괄브랜드(SPA)와 해외 디자이너 속옷 브랜드가 인기를 끌면서다.
국내 속옷기업 1위인 BYC(001460)가 부동산 임대업에서 살 길을 찾을 정도다. BYC의 경우 올해 1분기 매출 353억원 중 28%가 부동산 임대 수입이다. 여성용 속옷 브랜드인 ‘비너스’를 보유한 신영와코루(005800)는 최근 3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해마다 감소했고, ‘보디가드’를 보유한 좋은사람들(033340)은 지난 2019년 적자전환했다.
그럼에도 유통업계에서는 쌍방울의 신사업 진출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쌍방울이 지난 2014년 특수장비차량 제조업체인 광림에 인수된 이후, 쌍방울그룹 차원에서 손을 댄 여러 인수합병(M&A) 건이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쌍방울과 광림의 전문분야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없다. 올해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광림은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냈다. 광림의 최대주주는 이사인 양선길 씨가 지분 30%를 보유한 컨설팅회사 칼라스홀딩스다. 양 이사는 칼라스홀딩스 대표도 겸직 중이다.
쌍방울이 관계사들과 앞서 진행한 M&A도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쌍방울은 지난 2016년 광림과 함께 휴대전화용 카메라 모듈의 부품인 광학필터를 제조하는 나노스를 인수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쌍방울의 나노스 지분율은 약 23.7%다. 나노스는 쌍방울그룹의 인수합병 작업이 완료된 2017년 적자로 전환했다. 최근 4년 연속으로 해마다 100억~200억원대 순손실을 냈다.
속옷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인수한 남영비비안(002070)도 마찬가지다. 쌍방울의 지분율은 15%다. 지난해에는 쌍방울과 비비안의 최고경영자를 내의업계에 정통한 내부 인사로 교체했다. 쌍방울은 2003년 공채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김세호 부사장을, 비비안은 1993년 남영나이론으로 입사한 손영섭 부사장을 대표로 각각 승진시켰다.
그러나 쌍방울은 비비안, 미래산업과 함께 전북 익산 국가산업단지에 마스크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등 방역마스크 사업에 진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에 더해 비비안은 575억원을 들여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포비스티앤씨를 인수했다. 적자 상태로 쌍방울그룹에 인수된 비비안은 올해 1분기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