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 ‘만나서 결제(대면 결제)’ 기능을 전면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곳은 업계 2위 쿠팡이츠가 유일하다. 쿠팡이츠는 ‘비대면 선결제’ 구조를 고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빠르고 안정적인 단건 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현장 결제를 기반으로 한 정부의 민생 지원 소비 쿠폰 정책과는 연동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 2019년 출범 초기부터 앱 내 주문과 결제를 완료한 뒤, 전담 라이더가 음식을 배달하는 비대면 선결제 방식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 이는 쿠팡이츠의 핵심 전략인 ‘단건 배달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다. 이 시스템은 주문 1건당 라이더 1명을 배정하고, 결제부터 배차,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쿠팡이츠가 통제하는 구조다. 묶음 배달은 조건부로만 가능하다.
기존 경쟁사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배달망 운영 방식에 있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 및 3위 요기요도 자체 배달망(배민라이더스, 푸드플라이)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일반 가맹점의 경우 외부 배달대행업체나 업소 측 인력을 동반 활용하는 구조다. 반면 쿠팡이츠는 모든 주문을 자사 라이더가 수행하는 직영 기반 자체 배달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이 체제는 플랫폼 차별화를 위한 쿠팡이츠의 전략적 선택이다. 쿠팡이츠는 배달앱 후발주자로서 ‘더 빠르고 정확한 배달’을 내세우며, 주문 처리 속도를 방해할 수 있는 대면 결제를 처음부터 배제했다. 현장 결제가 포함될 경우 결제 시간 지연이나 배차 오류 등이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쿠팡이츠는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도 결합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은 단건 배달을 별도 배달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비대면 선결제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쿠팡이츠 입장에선 서비스 속도와 품질을 유지하면서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쿠팡이츠는 지난해 업계 2위였던 요기요를 제쳤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배달의민족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229만명으로 1위, 쿠팡이츠는 1125만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요기요는 470만명, 땡겨요는 164만명 수준이다.
다만 쿠팡이츠의 이 같은 전략이 일부 정부 정책 연동에는 제약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가 시행 중인 소비 쿠폰은 가맹점 현장 결제를 전제로 설계됐다. 쿠팡이츠는 대면 결제를 아예 허용하지 않아 쿠폰 사용이 불가능하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경쟁사가 일부 매장에서 ‘만나서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 사실과 대조된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직영 구조는 속도와 품질 면에서는 강점이 있지만, 소비자 선택권이나 정책 수혜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떨어진다”라며 “정체성을 유지할지, 일부 기능을 개방할지는 쿠팡이츠가 어떤 전략을 택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