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판매점 이케아가 지난달 평일 레스토랑 주요 메뉴 가격을 최대 50% 인하하고, 어린이 고객에게는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대규모 할인 캠페인을 벌였다. 실적이 정체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에 호황을 누렸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홈퍼니싱 수요가 급증했고, ‘집꾸미기’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2021년 이케아코리아는 매출 6872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지난 11일 이케아 강동점 내부 스웨디시 레스토랑. 총 600석 규모로 이케아코리아 매장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이용할 수 있다. /정재훤 기자

그러나 팬데믹이 길어지며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오늘의집’ 같은 이커머스(전자 상거래)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이케아는 경쟁에서 밀렸다. 2022년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은 6223억원으로 감소했고, 2023년에는 6007억원으로 더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8억원에서 25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86억원으로 반등했지만, 신규 투자는 일부 철회하는 등 전략 기조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이케아는 이 같은 실적 침체에 대응해 ‘식음료(F&B)’에 주목하고 있다. 한때 부가 서비스로 여겨졌던 레스토랑은 이제 고객 유입과 매출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으로 부상했다. 팬데믹 시기 식음료 매출은 전년 대비 53% 증가했고, 최근에는 식사만을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식음료 경험 제공은 이커머스에 대응해 오프라인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이케아는 대표 메뉴인 스웨덴 미트볼과 1000원 핫도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는 2000원짜리 핫도그 세트로 상징성을 만든 코스트코 모델을 참고한 전략이다. 음식 가격을 낮게 유지해 고객 방문을 유도하고, 매장 내 체류시간을 늘려 최종적으로 가구나 생활용품 구매로 연결시키는 구조다. 실제 이탈리아 바리대 연구에 따르면 이케아 레스토랑을 이용한 고객의 구매율은 최대 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케아 푸드 전략은 단순한 매출 보완을 넘어 브랜드 경험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족 단위 고객에게는 외식과 쇼핑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매장 방문 자체가 하나의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재방문율과 브랜드 충성도 제고로 이어진다. 오프라인의 차별점인 경험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이케아는 지난해엔 파자마를 입고 이케아 방문하는 고객에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도심형 매장의 확장도 식음료 강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기존 대형 매장과 달리 공간 제약이 있는 시티센터 매장에서는 입구에 푸드 공간을 전면 배치해 고객의 시선을 끌고 체류시간을 확보한다. 매장별 특화 메뉴도 운영하며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음식 가격을 반값으로 낮춘 것은 단순한 가격 인하 경쟁이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정체된 체류 경험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라며 “‘밥 먹으러 이케아 간다’라는 인식이 실제로 브랜드가 유도하고 싶은 방향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