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동남아 프리미엄 쇼핑 1번지’로의 도약을 위해 베트남 점포 출점에 속도를 낸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10개 점포를 추가로 열고, 동남아시아 권역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2일부터 3일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내 증권사 연구원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회사가 이런 행사를 마련한 것은 2016년 이후 9년여 만으로, 김원재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롯데쇼핑 제공

앞서 롯데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을 3조원으로 확대하겠다며, 싱가포르에 iHQ(인터내셔널 헤드쿼터) 법인인 싱가폴홀딩스를 설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 추진도 목표로 한다.

이번에는 구체적인 출점 구상을 내놨다. 향후 베트남에 쇼핑몰 2~3개, 할인점 7개 등 총 10개 점을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는 현지에서 백화점 3개점, 할인점 15개 점을 운영 중이다. 증권가에선 롯데쇼핑의 동남아 사업을 총괄하는 싱가폴홀딩스를 통해 외부 자본 유치가 이뤄질 경우 출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가 이런 계획을 세우기까지 앞서 문을 연 복합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성과가 바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3년 9월 하노이 서호 인근에 약 35만4000㎡(약10만7000평, 축구장 50개) 규모로 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동원한 데 이어, 4개월 만에 매출 1000억원, 9개월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엔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기존에 없던 프리미엄 쇼핑 환경과 K팝과 K뷰티, K푸드를 융합한 콘텐츠 구성 등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K푸드를 선보이는 베트남 롯데마트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10%가 넘을 정도다. 이는 국내 사업 대비 3배 이상의 높은 수익률이다.

베트남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도 현지 사업에 기대를 거는 요인이다. 베트남 인구는 작년 기준 약 1억130만 명으로, 세계에서 15번째로 많다. 또 중위 연령이 32%로 젊다. 아직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700달러(약 643만원)이고 중산층 비율이 40%에 불과하나, 인프라 투자 등이 지속되면서 2030년 중산층 비율이 7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대신증권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 소득 수준이 향상되며 고품질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어 백화점, 할인점, 쇼핑몰 등 현대화된 유통 채널의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롯데쇼핑은 현지 경쟁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프리미엄 점포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베트남 유통 시장의 90% 이상이 소규모 상점과 재래시장일 정도로 현대화되지 못한 것도 롯데가 보는 기회 요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중국과 달리 외국 투자 기업의 안정적 사업 영위가 가능한 국가”라며 “베트남에서의 확장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크지 않지만, 내수 시장의 구조적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데 일부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롯데쇼핑은 베트남 외에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에서도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백화점 1개점, 할인점 48개점을 운영 중이며, 싱가포르는 올해부터 싱가포르 현지 유통기업인 페어프라이스와 협업해 롯데마트 익스프레스 매장을 숍인숍(매장 내 매장)으로 전개하고 있다.

작년 기준 롯데쇼핑의 해외 사업 매출액은 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7억원으로 115% 늘었다. 이중 베트남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832억원, 영업이익은 231% 증가한 225억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