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업계가 임대료 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여객 회복세가 더디고 면세점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임대료 40% 인하를 요구하며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임대료 조정 신청 기일에서 면세업계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입장 차이만 재확인했다. 공사는 차임감액 요건 미충족, 타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조정안 수용 불가 입장을 사전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조정기일은 오는 8월 14일로 예정돼 있으나, 공사는 불출석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코로나19 이후 기존 고정 임대료에서 여객 수에 연동되는 방식으로 전환됐지만, 여객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 감소와 보따리상(다이궁) 수요 축소, 개별 소비 중심 변화 등으로 매출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697억원, 3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주요 공항들이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임대조건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과 달리, 인천공항공사는 협상 여지를 사실상 차단한 상황이다.
태국 AOT는 면세점 입점 업체와 재협상을 검토 중이며,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국제공항도 임대료를 매출 연동 방식으로 조정하거나 계약 갱신 시 조건을 낮추는 등 유연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과 면세업계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향후 면세점 운영과 경쟁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면세업체 관계자는 “해외 공항들처럼 인천공항도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