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본 많은 기업이 파산을 검토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처했습니다.“
신정권 검은우산(티메프 사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1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티메프 피해기업 대상 지원사업 설명 및 애로사항 청취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시작된 티메프 사태가 벌써 1년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입점 기업들은 지금껏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인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티메프 사태 피해 업체들과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중진공) 관계자가 참석했다.
중진공은 회생 절차 이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외부 전문가 활용 비용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회생 컨설팅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원에 회생 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이미 신청한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법적 절차 진행, 회계·재무 자료 작성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중진공은 이 과정에서 정부 자금을 투입해 컨설팅 비용 일부를 지원할 계획이다. 전체 비용 대비 정부 지원 비율은 기업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50억원 미만(90%) ▲50억~80억원(72%~90%) ▲80억~120억원(62%~90%) ▲120억~200억원(52%~77%) ▲200억~300억원(43%~63%) ▲300억~500억원(37%~54%) 등으로 책정됐다. 기업당 최대 지원 비용은 3000만원이다.
심찬보 중진공 재도약성장처 처장은 “기업회생은 부채로 정상 경영이 어려운 기업이 선택하는 수단이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 많이 들어 접근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회생 계획 인가까지의 성공적 진행을 돕고자 본 사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중진공은 또 경영 악화가 예상되거나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진로 제시 컨설팅’도 운영할 방침이다.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현 상태를 진단하고, 차입금 추정 방어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기업을 회생 컨설팅과 연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피해 기업들은 정부의 대응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A업체 대표는 “티메프 사태로 허덕이는 기업에 정부가 회생 신청을 돕는 방안을 가져오는 게 맞나 싶다”라며 “심지어 기업회생은 제조 설비와 유통을 함께 영위하는 회사들이나 가능하지, 티메프 입점 피해자들처럼 대부분 유통 사업만을 영위하는 기업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B업체 대표도 “기업이 어떻게든 살아남을 방법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회생 컨설팅 지원 정책은 마치 기업이 망가지는 것을 돕겠다는 것처럼 느껴진다”라며 “여기 모인 모두는 어떻게든 빚을 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서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 입점업체는 총 4만8124개사, 미정산 누적액은 1조2789억원에 달한다. 전체 피해 업체의 90% 이상은 피해액이 1000만원 이하인 소규모 업체들이다. 하지만 1억원 이상의 큰 피해를 본 업체도 981개사로 집계돼 전체 미지급액의 88%를 차지했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그룹 구영배 대표의 형사재판이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버티지 못해 폐업·파산하는 업체도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티몬은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가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나, 현재 회생 계획안 상 채권자들에 대한 인수 변제율은 0.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티메프 피해 업체들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C업체 대표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피해 금액이 큰 업체를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을 통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피해를 본 기업으로써 감내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우리가 정부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조차도 없다”고 말했다.
D업체 대표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시간이 더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초래된 뒤에야 정부가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