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여행 패키지 구성을 살펴보다가 제주항공 비행편이길래 바로 취소했다. 무서워서 못 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두산 여행을 예약했던 직장인 김연주(32)씨는 31일 “여행 패키지 상품으로 30만원대면 저렴한 편이라 친구와 내년 2월에 출국할 계획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 비행편이 포함된 여행 상품 대신 돈을 더 쓰더라도 대형 항공사 비행편으로 구성된 여행 상품을 알아볼 예정이다.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사흘째인 31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승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뉴스1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사에는 내년 초 진행 예정인 여행 상품에 대한 예약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제주항공 비행편일 경우엔 취소 또는 진에어 등 다른 여객기로 교환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제주항공 이용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취소하는 경우가 전체 예약 취소 건수 중 60% 정도를 차지한다”라며 “평소보다 2~3배 늘어난 수치”라고 했다.

제주항공은 전날 오후 1시 기준 항공권 취소 건수를 약 6만8000건으로 집계했다. 국내선은 약 3만3000건, 국제선은 약 3만4000건이 취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취소뿐만 아니라 출발 공항을 무안에서 인천으로 옮겨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며 “취소 문의가 밀려들어 취소 건수를 집계할 여력조차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취소 문의에 여행사들은 취소 수수료 면제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나투어는 내달 10일까지 출발 예정인 제주항공편 상품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현지 호텔 숙박과 행사 등도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인터파크투어도 제주항공이 아닌 타 항공 상품으로 변경 시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다른 여행사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취소 정책을 공지할 예정이다.

해외여행을 취소하는 여행객들이 하루 수천 명씩 쏟아지면서 숙박업계도 타격을 받았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평소보다 20~30% 취소가 늘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취소를 안하더라도 항공권 날짜를 바꾸면서 호텔·리조트 예약일을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내년 초 여행은 절반 이상이 미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국 불안에 따른 급격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미 여행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참사로 여행 상품 소비 자체가 얼어붙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전 거래일 종가 1474.10원보다 4.10원 떨어진 1470원에서 거래 중이다. 12·3 비상계엄 직전일 원·달러 환율이 1401원에 거래를 마쳤던 것을 감안하면 한 달 새 70원가량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제 상황도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 악재만 겹쳐 한숨밖에 안 나온다”며 “환율이 쉽게 떨어질 것 같진 않고, 참사로 여행 심리 자체가 당분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