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수기 렌털 회사 청호나이스가 전문경영인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했다.

23일 렌털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는 이달 초 이사회를 열고 정휘철 청호나이스 부회장을 대표에 선임했다. 정 부회장은 청호나이스 창업주인 정휘동 회장의 동생으로, 청호나이스 지분 8.18%를 보유한 오너 일가로 분류된다.

서울 서초구 청호나이스 본사

청호나이스는 코웨이(021240) 연구소장을 지낸 정휘동 회장이 ‘물 시장’의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창업했다. 정 회장이 지분 75.1%을 가진 최대 주주로, 정 회장이 80%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 마이크로필터가 2대 주주(12.99%)로 올라있다.

이번 대표 교체는 2020년 1월 LG전자에서 터키법인장과 RAC(가정용 에어컨)사업부장을 지낸 오정원 대표를 수장에 선임하며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한 지 약 2년 10개월 만이다. 특히 올해 1월 재선임 10개월 만에 사임했다.

이로써 청호나이스는 세번째 오너경영체제 복귀를 걷게 됐다. 앞서 청호나이스는 삼성전자 출신 이용우 사장을 대표로 선임했다가 정 회장 체제로 복귀했고, 현대그룹 출신 이석호 대표를 선임했다가 정휘철 대표로 변경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청호나이스는 그동안 전문경영인의 무덤으로 불려왔다”면서 “정휘동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철저한 성과주의를 앞세우는 탓에 이용우 사장은 대표 선임 1년도 되지 않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퇴한 바 있다”고 말했다.

청호나이스는 한때 코웨이와 정수기 렌털 시장을 양분했지만, SK매직 LG전자(066570) 쿠쿠 등 후발주자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쟁 업체들이 직수형 정수기를 도입하며 확장에 나설 때도 저수조 정수기를 고집했다.

정휘철 청호나이스 부회장. /청호나이스 제공

오정원 대표가 취임하며 주력 제품인 정수기 외에 커피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경쟁 업체와 비교해 뒤처졌다는 평가가 계속됐다. 코로나19에 힘입어 실적이 소폭 반등했지만, 올해는 역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코웨이가 40%로 1위를 차지했고 이어 LG전자(18%), SK매직(13%), 쿠쿠홈시스(284740)(13%) 순이었다. 청호나이스는 10%로 5위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은 4210억원, 영업이익은 447억원을 기록했다.

정 부회장은 다시 정수기 사업에 사업 역량을 집중, 해외로의 사업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정 회장이 구축한 청호나이스의 기술력에 강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정 회장의 지지도 얻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당장 미국 최대 정수기 렌털 회사인 컬리건과의 투자협상도 주도하고 있다. 컬리건을 주주로 들이는 투자 유치를 진행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컬리건을 주주로 제2의 전성기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오정원 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사내이사였던 정 부회장이 대표에 선임됐다”면서 “렌털 사업을 더욱 키우기 위해 투자유치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