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음향 크기)을 취향대로 조정할 수 있고, 넓은 소파에 앉아 보니까 편하고 좋아요” (30대 직장인 이선우씨)

야구장 스카이박스에서 야구 경기를 직관(직접 관람) 하는 것처럼, 극장에서도 독립된 공간에서 가족·지인과 편하게 관람하는 게 가능해졌다.

롯데시네마 cineFamily관 내부 모습. /이신혜 기자

지난 15일 오전 10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기존 시네패밀리(cineFamily)관을 재단장 해 관객을 맞았다. cineFamily관은 4~6인 전용 부스로, 상영관 속에 별도로 마련된 독립형 공간이다. 7층 일반관 위쪽에 4개의 부스가 별도로 마련됐다.

4인 부스는 약 3평(10.6㎡), 6인 부스는 약 6평(20.9㎡)이다. 방처럼 분리된 구조로 되어있어 정해진 인원 외에는 입장이 어렵다. 가격은 4인 기준 15만원, 6인 기준 22만5000원으로 결제는 ‘부스 기준’이다. 즉 2명이 4인 부스를 예약해도 15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이날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러왔다는 직장인 이선우(38)씨는 “코로나 시국에 친구랑 둘이서 독립된 공간에서 영화를 보고싶어 예약해봤다”며 “남 신경쓰지 않고 볼륨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고, 외투와 신발을 벗고 편하게 소파에 앉아서 보니까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cineFamily관에는 집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으로 여겨졌던 스타일러, 공기청정기 등 LG오브제컬렉션도 갖춰져 있었다. 또 개별 방마다 방음 부스로 되어있어 관객이 자유롭게 영화 볼륨을 조정할 수 있다.

롯데시네마 cineFamily관 내부에 준비된 간식들. /이신혜 기자

소파 앞 간이 테이블에는 생수·스파클링 주스 등 웰컴 드링크와 13종 쿠키 세트·팝콘 등 간식, 손 소독제와 물티슈도 마련됐다. 현재는 특별방역수칙 적용으로 상영관 내에서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모두 테이크아웃 형식으로 포장돼있었다.

직장인 이현지(28)씨는 “지인들과 분리된 공간에서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고 좋은 음향으로 들을 수 있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애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cineFamily관에서 바라보는 영화관 스크린의 모습. /이신혜 기자

롯데시네마와 CGV 등 영화관이 소규모 인원이 들어가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꾸민 프라이빗·프리미엄관을 만들고 있다. 많은 관객들이 모이는 일반관과 달리, 조금 더 방역 여건이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편하게 보고 싶은 관객을 공략했다.

1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관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영화 ‘블랙위도우’가, 8월에는 영화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관객 수 200만명을 각각 돌파했지만, 9·10월에는 200만 돌파 영화가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

영화업계는 “2019년 2억3000만명에 육박했던 국내 관람객은 지난해 6000만명 수준으로 급감했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18일부터 정부의 방역 대책 강화로 인해 오후 10시에 영화관을 닫게 되면서 이러한 분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영화관 관객이 줄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첫번째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국내·외 OTT 시장이 콘텐츠 생산에 집중해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년 만에 넷플릭스 국내 결제자는 100만명 넘게 늘었다. 지난달 기준 국내 넷플릭스 결제자 수는 507만명으로 추정됐다. 전년 동기 380만명과 비교해 127만명(25.05%)이 증가한 것이다.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카드 결제 내역을 바탕으로 조사됐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영화 관객들이 굳이 극장을 찾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선택권이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두번째는 코로나로 인해 확진자 수가 줄지 않고 있어 안전상의 문제로 영화관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영화관들은 변신을 시도중이다. CGV는 이달 22일 침대 브랜드 ‘템퍼’와 협업해 만든 침대에서 누워서 영화를 보는 영화관 ‘템퍼시네마’를 CGV 판교와 CGV 여의도에 연다.

템퍼가 광고료를 CGV 측에 지불하고, 관객들에게 자사 침대 기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프라인 홍보가 힘든 가구업계와 관객이 줄고 있는 영화관업계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대책이다. CGV는 프리미엄 가죽 소파 좌석으로 꾸며진 ‘스트레스리스 시네마’, ‘체리쉬 시네마’도 에이스침대·체리쉬 가구와 협업해 운영 중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넷플릭스나 온라인은 스크린이 작아서 여럿이서 같이 보려면 힘들다는 단점을 영화관이 영리하게 파악해 코로나 시국에 적절한 소규모 영화관을 만든 것 같다”며 “특히 요즘 젊은층이 프라이빗한 경험이나 서비스에 ‘작은 사치’를 부리고 싶어 하는 트렌드를 잘 읽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