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골목에서 익숙하게 즐겼던 놀이가 가장 낯설고 위협적인 방식으로 돌아왔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게임의 공간은 한없이 커졌고, 밀도는 헤아릴 수 없이 깊어졌다. 예상은 할 수 있으나 가늠하기 어려운 확장성 속에서도 미세한 감정의 떨림은 오히려 또렷이 다가온다.
넷플릭스 흥행작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27일 마지막 게임으로 찾아왔다. 오리지널 한국 콘텐츠로 전 세계를 충격과 흥분으로 몰아넣었던 오징어 게임은 세계관을 넓힌 시즌 2를 끝맺을 강렬한 이야기로 마지막 시즌을 구성했다. 단지 지난 시즌의 연장선이 아니라 독창적이고 대담한 설정으로 보는 이의 촉각을 건드리는 긴장감을 곁들였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사상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시즌 1 공개 후 28일간 조회수 2억6520만회, 22억520만의 시청 시간을 기록했고, 영어·비영어 부문을 통틀어 1위에 올랐다. 시즌2는 조회수 1억9260만회, 13억8010만의 시청 시간으로 비영어 부문 2위, 비영어·영어 통합 3위에 등극했다. 시즌1·2 통합 누적 조회수는 약 6억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했다.
시즌 3의 무대는 전작보다 깊고 넓다. 주인공들은 지난번처럼 우리가 어렸을 때 해봤던 게임으로 생존 여부를 다투지만, 공간이 커져 위압감도 배가됐다. 시즌 2에서 탄창을 가지고 가지 않아 반란 실패에 원인을 제공한 대호(강하늘), 반란군 중 한 명이었다가 다시 게임에 참가한 현주(박성훈), 임신한 채 섬으로 들어온 준희(조유리)와 남자친구 명기(임시완)가 그리는 감정적 서사는 갈등을 넘어 인간 내면의 상처와 연대, 희생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산만하고 몰입감을 떨어뜨렸던 시즌 2에 비해 마지막 시리즈는 연출에서 확고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게임을 하려는 자와 멈추려는 자, 죽이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생존을 위해 꿈틀대는 욕망을 받아들인 자와 거스르려는 자 사이의 대립은 이야기 전반에 걸쳐 긴장감을 유지한다. 속도감 있는 전개에도 배우의 표정, 대사에 감정의 층위를 정교하게 쌓아 올려 감정선도 단단하게 유지했다. 이 때문에 시청자는 이야기를 바라보는 ‘제3자’가 아니라 인물의 딜레마를 함께 체감한다.
주제 의식도 한층 더 선명해졌다.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로 게임의 속행 여부가 결정되고, 폭력과 죽음은 다수결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다.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던 이들이 현실을 피해 도착한 이 섬은 다수결만이 ‘정의’라는 허울뿐인 민주주의가 얼마나 잔인한 방식으로 고립을 제도화하고 약자를 끌어내리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전 시즌에 걸쳐 시청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간성이 지워진 섬에서 끝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정말 이긴 걸까, 아니면 가장 덜 잃은 사람일 뿐일까.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침묵은 조용히 답한다.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이기심을 내려놓고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인간에게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