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혐오, 부조리... 불안이 일상이 된 시대, 우리는 어떤 자세로 서로를 마주해야 할까.

30여 년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가 ‘의젓한 사람들’을 통해 자신과 타인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조명했다.

이 책은 조선비즈에서 연재 중인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기반으로 한 다섯 번째 인터뷰집이다. 앞서 네 번째 인터뷰집 ‘위대한 대화’가 다정한 사람들의 시대를 선포했다면, ‘의젓한 사람들’은 다정함에서 더 나아간 책임적 존재로서의 자각을 촉구한다. 핸디캡을 공유하는 의존적 자아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는 의지적 자아로서의 이동.

“우리는 지금 다정함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저자는 이 척박한 풍경 위에, 다정함을 넘어선 더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태도, 바로 의젓함을 꺼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의젓함은 단순한 점잖음이나 침착함이 아니다. 서로가 서로의 구원 서사임을 자각하고, 담담하게 책임지는 태도다.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기독교 영성가 김기석 선생의 ‘타인에게 의젓한 존재가 되어보라’는 말은 이 인터뷰집 전체를 엮는 언어의 금실이다. 윤동주와 욥, 조르바와 한나 아렌트가 받치고 선 그의 세계에서, 의롭되 외롭지 않은 수많은 길을 볼 수 있다.

양희은의 의젓함은 매일 아침 라디오에서 그가 툭툭 불러주는 수많은 갑남을녀의 삶 속에, 작곡가 진은숙의 의젓함은 겹겹의 마이너였던 이 사람의 불가사의한 ‘지속성’ 그 자체에 있다. 나태주의 의젓함은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라’며 무너진 마음을 다독이는 다정한 힘에 있고, 박정민의 의젓함은 영화라는 인생 무대의 시간 여행자로, 수많은 인물의 삶을 지나며 자기 몫의 무대에 책임을 다한 태도에 있다.

이밖에 일본의 노년 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 경제학자 러셀 로버츠, 뉴욕 목수 마크 엘리슨, 조직 경영학자 애덤 그랜트, 그만두기 코치 애니 듀크 등 더 큰 인과관계 속에서 현재를 온전히 볼 수 있게 된 사려 깊은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 의젓한 인생을 한데 모았다.

저자는 인터뷰라는 창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한 결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이었다고 말한다. 몰입은 시간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지만,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은 시간을 윤리적으로 확장시킨다. 크든 작든 책임을 지면 성장한다.

김지수 지음|양양하다|367쪽|2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