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총기사고가 발생한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단지에 경찰 수사관들이 출동해 수습작업을 하고있다./뉴스1

인천 송도에서 생일잔치를 열어준 30대 아들을 사제 총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 A(62)씨가 며느리와 손주 등 다른 동석자들을 상대로도 범행하려 했다는 유가족 측 주장이 나왔다.

A씨가 쏜 총에 숨진 B(33)씨의 유가족은 23일 일부 언론사에 보낸 입장문에서 “피의자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으나 총기 문제로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피의자는 생일파티를 마치고 함께 케이크를 먹던 중 편의점에 잠시 다녀온다고 말하고는 총기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올라와 피해자를 향해 총 2발을 발사한 뒤 피해자의 지인에게도 두 차례 방아쇠를 당겼으나 불발됐다”고 전했다.

유가족은 이어 “피의자는 아이들을 피신시키고 숨어있던 며느리가 잠시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방 밖으로 나올 때 피의자는 총기를 재정비하면서 며느리에게 소리를 지르고 추격했다”며 “며느리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이 숨어있는 방문을 잠그자 여러 차례 문을 열려고 시도하며 나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만 살해하려고 했다”면서 유가족의 입장과는 다른 주장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유가족과 동석자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해 실제로 A씨가 추가 살인 범행을 시도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유가족은 또 “피의자의 범행에 동기가 있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묵과할 수 없어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며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와 관련해서는 유족의 2차 피해가 우려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의자를 위해 피해자가 이혼 사실을 알고 있다는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피의자가 ‘이혼에 의한 가정불화’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A씨와 A씨의 전 아내(B씨의 어머니)가 이혼을 한 것과 관련해, B씨가 A씨에게 책망해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적 없다”고 했다.

A씨는 자신의 생일인 지난 20일 오후 9시 31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모 아파트 33층 집에서 사제 총기를 발사해 생일 잔치를 열어준 B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B씨의 부인과 자녀 2명, 지인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도주하다 붙잡힌 A씨의 서울 도봉구 집에서는 시너가 담긴 페트병, 세제통, 우유통 등 인화성 물질 15개와 점화장치가 발견됐으며, 살인 범행 이튿날인 21일 정오에 불이 붙도록 타이머 설정이 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