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 /유병훈 기자

서울 최초 ‘자율주행 마을버스’가 14일 동작구에서 첫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자율주행 모빌리티 업체 SUM이 운영하는 14인승 차량이 이날 오전 10시 출발점인 숭실대 중문을 떠나 다음 정류장인 숭실대입구역으로 향했다.

버스 천장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운전대(핸들)가 사람의 조작 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모습이 생방송됐다. 마을버스는 가파른 오르막길, 급격한 내리막길과 굽이길을 지나갔다. 승객 김모(55)씨는 “생각보다 안정감 있고 괜찮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 /유병훈 기자

◇운전석에 기사 앉아 있지만 손은 무릎 위에… 문 여닫는 조작만 해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은 지난달 30일부터 2주간 시범 운행을 마친 뒤 이날 정식 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구간은 숭실대 중문, 지하철 7호선 숭실대입구역, 중앙대 후문까지 편도 1.62㎞다. 차량은 마을버스로 많이 쓰이는 현대차 ‘카운티 일렉트릭’을 개조했다.

자율주행 마을버스지만 운전석에는 기사가 앉아 있었다. 현행법상 자율주행 차량이더라도 안전관리자 1명 이상이 탑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사는 손은 핸들이 아닌 무릎 위에 두고 있었다. 버스 문을 여닫을 때에만 기사의 손이 움직였다.

버스는 법이 허용하는 구간에서는 100% 자율주행을 한다. 다만 수동 운행이 의무화되어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만 기사가 핸들을 잡았다. 버스 기사는 “운전대와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 정지 페달(브레이크) 모두 버스가 스스로 조작한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 내부. /유병훈 기자

◇급커브 내리막길도 부드럽게 자율주행… 승객 “사람 운전과 차이 없어”

동작 A01번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이날 오전 10시 숭실대 중문 정류장에서 출발해 마지막 정류장인 중앙대 후문까지 9분 만에 도착했다. 숭실대입구역~상도SH빌아파트 후문 정류장 사이 구간은 경사가 16~17도는 되어 보일 정도로 급경사였고, 급하게 핸들을 꺾어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마을버스는 내리막길에서 미리 속도를 줄여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저절로 움직이는 핸들을 중계하지 않았다면 숙련된 버스 기사가 직접 운전한다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이었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은 교통 신호와 연동돼 있어 신호등 파란불이 노란불로 바뀌기 5초쯤 전에 정차해 ‘너무 빨리 서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는 일반 마을버스와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철 7호선을 타러 간다는 최모(62)씨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비교해 차이가 안 느껴진다”고 했다. 중앙대 학생 이모(24)씨는 “승차감이 안정적이고 괜찮다”며 “중앙대 후문 인근에서 자취하는데, 그동안 강남으로 갈 때 버스 편이 마땅치 않아 불편했다. 이 버스를 앞으로도 종종 이용해야겠다”고 말했다.

동작구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현재 운임을 받고 있지 않지만, 내년 상반기 중에는 요금을 받을 계획이다.

자율주행 마을버스 동작 A01번 차내에서는 모니터로 저절로 움직이는 운전대(핸들)를 볼 수 있다/유병훈 기자

◇“길 좁은데 차 몰리면 자율주행 오류 날 수도”… 출퇴근 시간대 운행 안 해

이날 자율주행 마을버스 탑승객은 많지 않았다. 기자는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분 동안 이 버스에 3차례 탑승했는데, 승객은 총 5명 있었다. 버스 기사는 “지금 중앙대·숭실대가 방학 기간이라 그렇다. 9월에 개강을 하면 승객이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만 운행한다. 마을버스 승객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운행하지 않는 것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운행 구간의 도로가 좁고 주택가를 지나는 언덕길이어서 차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오류가 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주민 차량 통행이 방해받지 않도록 운행 시간을 정했다”고 말했다. 운행 시간 확대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자율주행 마을버스는 오는 9월에는 동대문구 장한평역~경희의료원 구간과 서대문구 가좌역~서대문구청 구간에서도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자율주행 시내버스를 2023년 12월부터 운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첫차보다 더 이른 오전 3시 30분에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