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 5월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공동취재단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전 고위 간부 윤모씨가 통일교로부터 ‘출교(黜敎)’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출교는 교단에서 내쫓는 가장 강력한 처벌이다.

앞서 윤씨는 ‘징계하면 검찰에서 한학재 총재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교단 측에 경고했는데, 검찰 수사가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일교는 20일 서울 용산구 본부에서 윤씨와 그의 부인 이모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출교 처분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건진법사 청탁 의혹에 연루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징계 의결 직후 윤씨 측은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책임 전가를 위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또 징계 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예고하며 통일교 고위 간부들의 비리, 횡령, 비신앙 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사기관과 언론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윤씨는 지난 16일에도 통일교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한 총재를 압박했다. 그는 “그동안 참부모님(한 총재)에 대한 소환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귀 연합(통일교)이 고민하시면 아실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징계를 일종의 ‘꼬리 자르기’로 보는 윤씨로선 앞으로 수사기관 등에 현직 간부들의 비리를 적극 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씨는 그동안 검찰 조사에서 “한 총재의 결재를 받고 진행한 일”이라고 진술했지만, 한 총재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개입했는지에 대해선 입을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검찰로선 막힌 수사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검찰은 윤씨에게 선물과 청탁 지시를 한 게 한 총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출국금지했지만, 피의자로는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통일교 측은 징계 대상이 된 윤씨의 행위가 개인적인 일탈일 뿐 교단 차원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징계에 관해선 “당사자에게 공문을 통해 통보되지 않은 만큼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통일교 관계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