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천변 둔치에서 모기 퇴치 드론이 방역을 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지점 인근의 둔치. 지난 17일 오전 이곳에서 대형 드론 한 대가 ‘부웅’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이 드론은 강남구가 운영하는 ‘하늘 드론 방역단’ 소속이다. 목표물은 숲속에 숨어 있는 모기 떼다.

‘모기 박멸’ 임무는 강남구 소속 이상윤 주무관이 맡았다. 가로세로 각 3m, 50㎏ 무게의 드론 기체에 설치된 탱크에는 국화에서 추출한 살충제 약 30ℓ가 주입됐다.

총 80㎏이 된 드론은 이 주무관이 조종을 시작하자 4개의 대형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며 날아올랐다. 5초 만에 30m 위로 떠올랐고, 어느새 둔치에 서 있는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살충제를 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뭇잎 뒤에 있던 모기들이 화들짝 놀란 듯 일제히 나무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렇게 약 1600㎡(500평) 면적의 숲에 살충제를 뿌리는 데 8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날 강남구의 한낮 최고 기온은 29.7도까지 올랐다. 모기는 주로 해가 진 뒤 활동을 시작하고, 무더운 낮에는 나뭇잎 뒤 같은 서늘하고 습한 곳으로 숨는다. 높게 솟은 나무보다 더 위에서 드론이 살충제를 뿌리면 나뭇잎 뒤에서 쉬고 있는 모기가 저녁에 주택가로 나오지 않도록 ‘일망타진’할 수 있다.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천변 둔치에서 드론이 모기 살충제를 뿌리고 있다. /이호준 기자

◇모기, 해 뜨면 나뭇잎 뒤에 숨어… 드론으로 나무 위에서 살충제 뿌려 잡는다

19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모기 등 해충을 방제해달라는 민원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에는 1783건이었지만 2023년에는 1893건, 작년에는 1962건으로 증가했다. 해마다 더 무더워지며 해충 활동이 활발해진 것으로 보인다. 모기가 활동하는 시기도 더 빨라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디지털모기측정기(DMS) 55곳에서 채집된 모기 수는 4월 첫째 주 387마리에서 넷째 주 2843마리로 급증했다.

서울시 수변 지역 모기 활동 지수는 6월 들어 18일까지 사흘을 제외하고 모두 ‘100’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숫자가 클수록 모기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의미다. 모기 지수 75~100 구간은 한자리에 10~15분 머무를 때 모기 5마리 이상에게 물리는 수준이다.

강남구는 더 강화된 모기 방제를 할 수 있도록 작년 5월 ‘하늘 드론 방역단’을 만들고 서울 자치구 최초로 드론을 투입했다. 드론을 이용하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하천변 우거진 수풀 사이 물웅덩이 등 모기들의 ‘은신처’에 살충제를 투하할 수 있다.

1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천변 둔치에서 구 직원이 살충제를 드론에 넣고 있다. /이호준 기자

이 주무관은 모기 성충이 아닌 유충인 장구벌레를 방제하는 데에도 드론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암컷 모기 1마리는 한 번에 100~700개의 알을 낳는다. 장구벌레는 빗물이 고인 웅덩이나 하천 변 습지에 서식한다. 이 주무관은 조종기를 조작해 드론을 양재천 변 물이 고여 있는 곳으로 보내 드론을 낮게 날도록 조작하면서 살충제를 뿌렸다. 사람이 걸어서 들어가기는 어려운 곳이다.

이 주무관은 “드론으로 방제를 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모기 밀도가 평균 27% 낮았다”고 했다. 드론은 한 번에 8분간 날 수 있고, 면적으로는 약 1600㎡(500평) 정도에 살충제를 뿌릴 수 있다. 이날은 배터리 2개를 준비해 학교 운동장 1개 정도의 넓이인 1000평에 걸쳐 모기를 잡았다. 강남구의 올해 드론 방제 목표는 총 360회, 면적으로는 20만㎡(6만5000평)이다.

서울 중구 한 주택에서 모기 유충 방제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구 제공

◇인천, 2021년부터 드론으로 모기 방제… 서울 동작구는 삼륜 오토바이 동원

강남구가 도입한 드론 모기 방제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에서는 처음이다. 전국에서는 2021년부터 시작한 인천 서구가 가장 빠르다. 인천 서구는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드론 4대를 투입해 산림과 하천 지역,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 등에 살충제를 살포했다. 올해도 10월까지 드론 방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서울 중구는 4월부터 ‘모기 방역 특공대’를 운영하고 있다. 주민이 문자 메시지로 요청하면 하수구나 도로변 빗물받이 등 주요 모기 서식지에서 모기 방제 작업을 실시한다. 동작구는 공원 내 차량 진입이 어려운 지역이나 산기슭, 골목 등에는 삼륜 오토바이를 활용해 모기 방제 작업을 한다. 용산구에서는 전문 소독 업체가 모기가 많이 발생하는 주택에 방문해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