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주민감사 청구가 최근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이 동상은 작년 12월 대구시가 박 전 대통령 기념 사업의 하나로 건립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가 ‘동상 건립 과정에 대구시가 지방재정법, 국토계획법, 공간정보법 등을 어겼다’며 주민감사 청구를 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감사를 청구한 시민단체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박정희 우상화 사업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라고 한다. 이 단체는 작년 9월부터 주민감사 청구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동상을 철거하고 박정희 광장을 시민에게 환수하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단체는 박 전 대통령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주민감사 청구를 지난 9일 국토교통부에 최종 접수했다. 광역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처리가 위법하거나 공익을 해친다고 인정되면 일정한 절차를 거치고 6개월 이내에 3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무 장관에게 감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번 감사 청구는 481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또 이 단체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사업 지원조례 폐지안’을 대구시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조례 폐지안에 시민 1만4485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이 폐지안은 시의회 의장 명의로 시의회에 발의돼 있다. 해당 조례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등의 근거가 된 것이다.
주민감사 청구 대표를 맡은 대구시민단체 연대회의 장지혁 운영위원장은 “대구시가 발의한 박정희 기념 사업 조례안이 너무 급하고 허술하게 제정됐다”면서 “애초 조례가 제정될 당시 입법예고 단계에서 반대의견을 냈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오는 23일까지 청구인 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절차를 진행한다. 이어 감사 실시 여부를 다음 달 중에 결정할 전망이다. 만약 국토부가 감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다면 절차는 종결된다. 반면 국토부가 감사에 착수한다면 60일 안에 감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감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각종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를 마쳐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등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냈다”면서 “국토부의 결론을 지켜보고 대응 방안 등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과 관련해 국가철도공단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철도공단은 지난 1월 대구시를 상대로 “동대구역 광장 소유주(공단)와 협의 없이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설치한 동상을 철거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첫 재판이 다음 달 3일 대구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건립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동상을 제작한 이상태 작가는 대구시가 박 전 대통령이 1965년 9월 30일 추수하면서 웃고 있는 사진을 주면서 같은 형태의 동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 나왔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