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학능력 시험을 앞두고 이른바 ‘사탐런’ ‘확통런’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탐런은 자연 계열 수험생이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 과목을 택하는 것이다. 또 수학 미적분·기하에서 확률과 통계로 갈아타는 게 확통런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출생아가 많은 2007년생 황금돼지띠가 올해 고3이 되면서 사탐런과 확통런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의대가 사회탐구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요인이 됐다” 등으로 말하고 있다.
◇ 사탐 선택, 작년 3월 55%→올해 3월 65%→5월 67%… 확통 52→59%
사탐런과 확통런은 올해 모의고사에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고3이 치르는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에서 사회탐구 응시 비율은 지난해 3월과 5월 55%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비율은 올해 3월 64.6%, 5월 66.6%로 높아졌다. 사탐 중에서도 사회문화와 세계지리에 수험생이 몰렸다. 이와 함께 재수생도 함께 치르는 6월 모평에서도 사탐 접수 비율이 59.7%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모평(54.7%)과 수능(55.6%)보다 증가한 것이다.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은 지난해 3월과 5월 학평에서 52~53%였는데, 올해 3월과 5월에는 59%대로 올라갔다. 반면 미적분 선택 비율은 지난해 5월 45.1%에서 지난 5월엔 38.8%로 떨어졌다. 6월 모평 확통 응시생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 수능 D-156, 수험생 ‘사탐런’ ‘확통런’ 고민 중
10일 기준으로 올해 수능까지 156일이 남았다. 사탐런과 확통런으로 선택 과목을 바꾸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고3 학생은 “화학Ⅰ에서 계속 애매한 3~4등급이 나와 사탐런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입시 커뮤니티에도 “아직도 사탐런 안 했냐” “사탐런, 확통런을 하면 확실히 삶의 질이 오른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사탐런과 확통런은 상대적으로 쉬운 과목을 선택해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아보려는 입시 전술이다. 특히 올해는 출생아가 많은 2007년생 황금돼지띠가 고3이 되면서 입시 경쟁이 상대적으로 치열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7년 출생아 수는 49만6822명이다. 선배인 2005년생(43만8707명), 2006년생(45만1759명)보다 4만~6만명이 많다. 또 후배가 되는 2008년생(46만5892명), 2009년생(44만4849명)보다도 3만~5만명이 많다.
여기에 재수생 이상인 N수생도 늘었다. 내후년에 수능 체제가 바뀌는 탓에 ‘올해가 수능에 재도전할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졸업생 응시자가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 6월 모평에 응시한 수험생(50만3572명)은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만큼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와 이공계 학과 일부에서 사탐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사탐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수능에 N수생 규모가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수험생의 부담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사탐런, 확통런 현상이 강도 높게 나타나면서 수능 과목을 최종적으로 선택할 때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