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수 마포구청장이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서 쓰레기 소각장 신설 최종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제공

서울시와 마포구 간의 ‘쓰레기 소각장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양측은 마포구 상암동에 소각장을 신설하는 문제로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이번에는 상암동에 있는 기존 소각장 이용 문제를 놓고 새로운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20년째 가동 중인 기존 소각장은 마포구와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가 함께 이용하고 있다. 공동이용 협약 기간이 끝날 때가 다가오자 서울시는 5개 자치구가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협약 개정을 추진했고, 마포구는 강하게 반발하며 홀로 빠졌다.

다만 마포구도 소각장 이용을 막겠다는 건 아니어서 ‘쓰레기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와 마포구가 충돌하고 있는 지점을 정리했다.

그래픽=정서희

◇쟁점1│공동이용 협약 개정은 “협의하면 돼” vs “합의해야”

서울시는 마포구 상암동 외에 강남구 일원동,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 등 총 4곳에서 소각장을 운영하고 있다. 소각장이 없는 자치구는 공동이용 협약을 맺고 쓰레기를 가까운 소각장에서 처리한다.

문제는 서울시가 마포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 변경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이 시설은 2005년 6월 문을 열었고, 협약이 유효한 기간은 20년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6월 이후에도 계속 소각장이 운영될 수 있도록 5개 자치구와 협약 변경을 추진했다.

그러나 마포구는 반발하며 빠졌다. 서울시와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만 지난달 16일 협약 유효 기간을 ‘시설 폐쇄 시’까지로 개정한 새 협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마포구는 “마포 주민의 뜻을 배제하고 일방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폐기물 관리 조례’에서 공동이용은 협의하도록 하고 있어 모든 자치구와 합의하라는 뜻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쟁점2│공동이용 협약 개정 후 유효 기간 “폐쇄 시” vs “1년”

마포구는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 개정에 반대하면서 서울시에 ‘자원순환 대책’을 제안했다. 그중 하나가 협약 유효 기간을 1년 단위로 하자는 것이다. ‘시설 폐쇄 시’로 하자는 서울시 주장과 정반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4개 소각장 중 강남·노원·양천 시설은 처음부터 공동이용 협약 유효 기간이 ‘시설 폐쇄 시’로 작성됐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1997년 마포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을 처음 맺을 때 기간을 왜 20년으로 정했는지는 자료를 찾을 수 없어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센터. /서울시 홈페이지 캡처

◇쟁점3│소각장 운영위원회 구성 “마포구 과반” vs “다른 시설엔 없다”

마포구는 마포 소각장 운영위원회에 마포구 공무원과 마포주민지원협의체 위원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구성하자고 서울시에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노원·양천 자원회수시설에는 운영위가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난지도 매립지 때문에 마포 주민들이 피해를 봤고, 소각장을 지으면서 마포구 의견을 듣기 위해 다른 곳에는 없는 운영위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쟁점4│다른 자치구가 낸 발전기금 “마포구만 주민 아닌 구청이 혜택” vs “가져가라”

마포 소각장으로 쓰레기를 보내고 있는 종로구·중구·용산구·서대문구는 마포구에 발전기금을 지급하고 있다. 소각장 쓰레기 반입 수수료는 1t당 약 11만원인데, 이 중 80%는 시설을 운영하는 서울시에 내고 20%는 시설이 있는 마포구에 납부한다.

이밖에 4개 자치구는 소각장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마포구에 총 202억원을 지급했다. 중구 67억원, 용산구 48억원, 종로구 45억원, 서대문구 42억원 등이다.

이를 언급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마포구 측은 “200억원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그 돈을 되돌려줄 테니 소각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라”라며 “주민들의 건강권은 돈으로 거래될 수 없는 권리”라고 했다.

다만 발전기금을 자치구가 가지는 곳은 마포구 뿐이다. 강남구 일원동·노원구 상계동·양천구 목동 소각장 바로 옆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소각장 영향권인 300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다른 자치구가 납부한 발전기금으로 난방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마포 소각장은 영향권 내에 주민이 살지 않아 마포구가 발전기금을 가진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센터. /강남구 홈페이지 캡처

◇쟁점5│쓰레기 감축량 “마포구 쓰레기 늘어” “서울시가 자료 왜곡”

마포구가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 개정에 반대하면서 서울시에 제안한 ‘자원 순환 대책’에는 향후 5년간 서울시 내 쓰레기 소각량 10% 감축 정책 마련, 종량제 봉투 가격 인상 등이 포함됐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1인 가구 증가와 배달 문화 확산 등을 이유로 대책을 외면하고 마포구 신규 소각장 건립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마포구의 폐기물 감축, 재활용 실적은 서울시 평균보다 저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전체 지난해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보다 1.7% 감소했지만 마포구는 8.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는 자료가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마포구 생활폐기물 반입량 자료에서 2023년과 달리 작년에만 소각장에 반입할 수 없는 폐기물 6400t이 추가됐으며, 실제로는 생활폐기물 반입량이 4.0% 줄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자료의 수치는 서울시가 만든 게 아니라 마포구가 제출한 것”이라고 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집계하라고 한 방법이 2023년과 작년이 달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마포구, 협약과 무관하게 계속 소각장에 쓰레기 반입

마포 소각장 공동이용 협약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서울 서북권 시민들은 6월부터 배출한 쓰레기가 제때 치워지지 않아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서울시는 “마포구가 실력으로 4개 자치구 쓰레기 반입을 저지하면 연간 189억원의 비용이 부당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마포구를 포함한 5개 자치구에서 나온 쓰레기는 지금도 원활하게 소각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협약 개정에 참여한 4개 자치구뿐만 아니라 마포구 쓰레기도 소각장에 반입된다”면서 “마포구도 쓰레기를 반입해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변경된 협약은 무효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협약과 별개로 쓰레기는 소각장으로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포구가 공동이용 협약 개정에 반대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각장을 쓰지 않으려면 쓰레기를 쌓아뒀다가 민간 업체와 계약을 맺어 처리해야 하는데 시일이 걸린다”고 했다. 마포구는 서울시에 자치구별로 폐기물 처리 시설을 구축하자고 제안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