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금연구역입니다. 흡연 부스로 들어가서 담배 피우세요.”
2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 봉래동과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서울역광장. 지나가던 한 남성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자 ‘보건소’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단속원이 이렇게 소리쳤다. 이 남성은 물었던 담배를 손에 내려 쥐더니 “담배 하나 제대로 못 피게 한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2일 서울 중구·용산구에 따르면 서울역광장 일대는 전날(1일)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다. 금연구역은 총 5만6800㎡로 축구장 8개 규모다. 버스환승센터와 택시 승강장이 있어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중구·용산구 공무원과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합동 단속에 들어갔다. 서울역광장에서 담배를 피우려면 지하철 서울역 1번·3번 출구 인근에 설치된 흡연 부스 두 곳을 이용해야 한다. 그 밖의 장소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중구·용산구는 지난 두 달간 계도 기간을 운영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광장 곳곳에는 보건소가 내건 ‘금연구역 지정 안내’ 현수막이 걸렸고, 보도블록에도 ‘금연구역 과태료 10만원’ 문구 수십 개가 한글과 영어로 적혀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금연구역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오전 10시 30분쯤 술에 취한 듯한 60대 남성이 담배를 입에 문 채 지나가자 단속원이 “흡연구역 안으로 들어가세요”라고 안내했다. 이 남성은 “아직 불도 붙이지 않았다” “담배 하나 못 피게 한다”고 단속원에게 언성을 높였다. 일부 노숙자들은 단속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도 위나 계단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흡연 부스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경우도 흔했다. 이날 오전 10분간 지켜본 결과 9명이 부스 입구 쪽에서 담배를 피웠다. 단속원은 “밖은 금연구역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피우세요”라고 반복해 안내했지만 과태료는 부과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대체로 금연구역 지정에 긍정적이었다. 대학생 조모(23)씨는 “길에서 담배 피우는 걸 볼 때마다 코를 막고 지나간 적이 많았다”며 “서울역은 외국인도 많이 찾는 곳이라 국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흡연자 권모(43)씨도 “비흡연자 입장에서 보면 정책이 이해는 간다”며 “불편해도 참아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흡연자들은 흡연 부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역광장에서 옛 서울역 역사인 문화역서울284 인근에는 흡연 부스가 없다.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려면 이쪽을 지나야 한다. 흡연자 박모(35)씨는 “서울역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금연구역 확대는 이해된다”면서도 “부스가 너무 적어 불편하다”고 했다.
간접흡연 문제도 여전하다. 흡연 부스에는 담배 연기를 없애주는 장치가 없어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에게 연기가 그대로 전달됐다. 시민 C씨는 “흡연 부스 근처에서는 여전히 담배 냄새가 심해 코를 막게 된다”며 “왜 개방형 부스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구 보건소 관계자는 “담배 피우는 속도를 제연기가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개방형으로 연기를 바로 배출하는 방식이 흡연자에게는 더 낫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역광장 내 흡연부스 설치·운영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