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입구에서 내부를 바라본 모습. /이호준 기자

일요일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직장인 강모(28)씨가 돗자리를 펴고 앉자 한 남성이 “총각, 뻥튀기 필요하지 않아”라며 다가왔다. 강씨가 “필요 없다”고 하자, 이 남성은 “뻥튀기 사세요”라며 다른 손님을 찾아 나섰다.

이어 다른 행상이 강씨를 찾아왔다. “아이스께끼~ 아이스께끼~”​라고 외치며 가까이 오더니 “날도 더운데 아이스께끼 하나 사 먹으시지”라고 말한 것이다.

잠시 뒤에는 또 다른 행상이 강씨에게 접근해 ‘쫀디기(쫀득이)’를 사라고 했다. 가격은 1봉지에 3000원을 불렀는데 일반 가게의 2배 수준이다. 강씨가 거절하자 행상은 다른 시민들을 향했다. 시민들이 “안 살래요”라고 했지만 행상은 1~2분씩 근처에 머물러 구매를 권했다. 이 행상은 강씨 주변을 떠났다가 30분 만에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강씨는 “한강공원에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쉬려고 왔는데 1시간 만에 행상이 4번이나 접근해 주말을 망쳤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이동상인들이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왼쪽부터 쫀드기, 뻥튀기, 아이스크림 순서. /이호준 기자

◇무허가 노점·행상, 과태료 물려도 영업은 계속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여의도 한강공원에 무허가 행상과 노점이 많아 일부 방문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시는 행상과 노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무허가 영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25일 여의도 한강공원에 들어서자 20여 개 노점이 바로 보였다. 한 노점은 ‘돗자리·커피·아이스크림’이라고 적힌 팻말이 걸린 빨간색·노란색 파라솔을 펼쳐 두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직원도 있었다. 스피커에서는 음악 소리가 흘러나왔다.

다른 노점에서는 떡볶이, 순대, 오뎅, 해물파전, 타코야키, 야키소바 등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었다.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노점상을 이용하고 있다. /이호준 기자

서울시는 ‘한강공원 보전 및 이용에 관한 기본조례’에 따라 한강공원 내 무허가 노점상과 행상이 적발되면 7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부과된 과태료는 2022년 1880건에서 2023년 2727건, 작년 288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올해에는 4월까지 556건 부과됐다. 지난 25일 하루 동안에도 49건 단속이 이뤄졌다.

무허가 노점상과 행상 단속을 실시하는 ‘한강보안관’ A씨는 “대부분의 상인들은 순순히 응하지만, 가끔은 ‘왜 이렇게 (단속 사실을) 크게 말하냐, 손님 다 도망간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노점상 B씨는 “여기 상인들은 모두 생계형”이라면서 “우리가 세금(과태료)을 그렇게 내는데,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마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강공원에서 허가를 받고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영업에 타격을 받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70대 채모씨는 “우리는 세금도 자릿세(월세)도 다 내는데, 노점은 그런 게 없지 않느냐”며 “(돗자리를 빌리는 게) 그쪽이 더 편하니 시민들도 노점으로만 간다. 속이 탄다”고 말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한강보안관과 서울경찰청 기동순찰대가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호준 기자

◇하천 지역이라 무허가 노점상 즉시 철거 못해… 서울시 “과태료 강화할 것”

상황이 이렇지만 서울시는 무허가 노점을 철거하지 못하고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제방 바깥이어서, 도로법이 아닌 하천법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라면 도로법에 따라 노점을 즉시 철거할 수 있지만, 하천에 설치된 노점은 수해 방지 등 긴급한 상황에서만 즉시 철거 조치가 가능하다. 하천 점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에 서울 명동같이 노점을 양성화해 줄 수도 없다.

서울시는 과태료 부과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노점상과 행상의 불법 상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안내 현수막도 더 많이 걸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