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4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조선DB

국가인권위원회는 26일 인도적 체류자 신분인 외국인이 국내에 가족을 데려올 수 있도록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으나 법무부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법에 따른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체류가 허가되는 외국인이다. 난민 인정 심사에서 탈락하더라도 인도적 체류 허가는 받을 수 있다.

다만 인도적 체류자는 난민과 달리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영구적이지 않고,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취업할 때도 제약을 받는다. 난민법은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국내로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인도적 체류자는 그렇지 못하다.

앞서 국내에서 인도적 체류자 지위로 머물고 있는 외국인 4명은 난민법이 인도적 체류자의 가족결합권을 인정하지 않아 인권을 침해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난민 지원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권위는 국회의 영역인 난민법 개정은 인권위 조사 대상이 아니라면서 이 진정을 각하했다. 다만 인도적 체류자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은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작년 10월 15일 법무부에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인도적 체류자의 국내 체류 기간이 장기화되는 현실에서 가족결합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정서적·물리적 분리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이어 가족결합권에 대해 “헌법, 세계인권선언, 등 국내외 인권규범에서 모두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며 “국적이나 체류 지위와 관계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인도적 체류자의) 해외 가족 초청 허용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작년 11월 28일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인도적 체류자를 포함한 국제적 보호 대상의 실제적인 인권 보장을 위해 관련 제도 개선 권고와 사회적 공론화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2023년 말 기준으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1439명,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사람은 2613명이다. 2023년 1년간 난민 신청자 5950명을 심사해 101명(1.7%)이 난민으로 인정받았고, 129명(2.2%)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인도적 체류자 국적은 시리아 1263명, 예멘 794명, 아이티 77명, 미얀마 55명, 이집트 39명 순이다. 2021년 3월 기준으로 인도적 체류자의 국내 체류 기간은 1년 이상 3년 미만이 723명(34.4%)으로 가장 많다. 1년 미만은 91명(4.3%), 3년 이상 5년 미만은 527명(25.1%), 5년 이상 10년 미만이 668명(31.8%), 10년 이상은 67명(3.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