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정문과 진입로가 ‘남녀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피켓, 낙서 등으로 어지럽혀져 있다. /조선DB

동덕여대가 작년 11월 캠퍼스를 점거하고 스프레이 페인트(래커)로 교내 건물과 도로 등에 구호를 적으며 이른바 ‘래커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 대한 형사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래커 시위가 벌어진 지 6개월 만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는 지난 14일 밤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입장문에서 “오후 5시 30분 총장, 처장단, 중운위가 모여 최종적으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학교 측은 형사 고소 취하서와 처벌 불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학교와 총학 측은 지난 3월 5일 면담을 한 이후 10회쯤 만나 논의를 이어갔다. 총학 측은 “학교와 학생이 원만하게 논의될 수 있도록 국회에 중재를 요청했다”면서 “양측의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애써주신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이어 총학 측은 “총학생회 비대위와 중운위는 최종적으로 13일 면담에서 19인에 대한 형사 고소를 철회하겠다는 학교 측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이날 중 학생들과 학내 구성원을 상대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전날 회의에서 논의된 학생들의 입장문과 상생 협력서도 총장 담화문과 함께 게시될 예정이다.

2024년 11월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남녀 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교내 곳곳에 관련 문구들이 적혀 있다. 본관 앞 바닥에는 학생들이 항의의 의미로 반납한 학과 외투로 가득했다. /조선DB

앞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작년 11월 10일부터 학교 측이 충분한 논의 없이 남녀공학 전환을 준비한다면서 본관 등 캠퍼스 내 건물을 점거하고,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을 하며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이 총학 측과 논의한 끝에 작년 11월 21일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자 총학 측은 강의실 봉쇄는 해제했다. 다만 본관 점거가 계속돼 농성은 24일간 이어졌다. 동덕여대는 작년 11월 29일 학교 명의로 총학생회장 등을 공동재물손괴 및 공동건조물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학교 측은 래커 시위가 벌어지고 있던 작년 11월 15일 피해 금액을 24억~54억원으로 추정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캠퍼스와 강남구 청담동 디자인허브, 공연예술센터를 복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추산한 결과다. 동덕여대는 래커 시위 때문에 2025학년도 신입생을 선발하는 논술고사를 서초구 동덕여고, 세화여고에서 치르기도 했다.

이후 동덕여대 총학 측은 민주노총과 손잡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동덕여대 학생들의 정당한 투쟁을 지지한다’는 논평에서 학교 측에 “학생을 향한 형사 고소를 철회하고, 학생들을 무시하는 공학 전환을 철회하라”고 했다.

다만 학생들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학생들이 받는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