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로 예고된 전국 버스 파업이 ‘반쪽’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합법적 파업을 하려면 노동쟁의 조정을 먼저 거쳐야 하는데 전국 22개 버스 노조 중에 11곳만 이 조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시민들이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13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조연맹(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전국 22개 시내·외 버스 노조 중 전날 소속 지역별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한 지역 노조는 10곳으로 집계됐다. 이미 조정 절차를 거친 서울을 포함하면 총 11곳이다.

조정 신청을 낸 지역 노조는 ▲부산 ▲인천 ▲광주광역시 ▲울산 ▲충북 ▲경남 ▲경기(경기지역자동차노조·경기도중부지역버스노조·경기도지역버스노조) ▲제주 등이다. 이미 서울은 조정 절차와 조합원 찬반 투표를 모두 완료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반면 ▲대구(대구시버스노조·대구지역관광버스노조) ▲대전 ▲충남·세종 ▲경북 ▲전북 ▲전남 ▲강원 등 지역 노조와 ▲고속버스 ▲전세버스 ▲서울·경기지역마을버스노조 등은 조정 신청을 내지 않았다.

앞서 자동차노련은 오는 28일 첫차부터 전국 동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일정대로 파업을 하려면 지난 12일까지 조정 신청을 내야 했다. 하지만 노조 절반은 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 조정 신청을 하지 않은 한 지역 노조 관계자는 “파업 취지엔 공감하지만, 임금 교섭이나 사전 조정 과정을 아직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이후 절차를 더 진행한 뒤에도 진전이 없다면 조정 신청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서종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 서울 등 22개 지역 버스 노조 위원장들과 대표자 회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자동차노련은 조정 신청을 낸 지역의 경우 예정대로 오는 28일 동시 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아직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 투표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통상 파업 찬반 투표의 경우 90% 이상 높은 찬성률을 보여 온 만큼 통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파업 찬반 투표는 오는 23~27일까지 지역 별로 이뤄질 예정이다.

만약 조정 신청 지역 노조가 모두 파업에 돌입하기로 한다면, 오는 28일 전국 2만6212대의 버스가 멈춰 서게 될 전망이다. 전체 약 4만4000대 중 60% 수준이다. 주요 거점 지역 노조가 대부분 참석한 만큼, 시민들의 불편함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스 기사 수 기준으로는 약 8만1000명 중 5만3200여명이 운전대를 놓게 된다.

한편 지난 12일까지 조정 신청에 참여하지 않았던 지역 노조 절반도, 추후 순차적으로 파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노조 관계자는 “추가로 조정 신청을 하는 지역 노조가 있다면 28일 이후에라도 합류가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번 전국 버스 파업 예고는 최근 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통상임금’을 두고 겪은 갈등이 심화하면서 시작됐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 요구가 사실상 총액 기준 20%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법 해석이 바뀌면 임금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통상임금을 둔 버스 노조와 사용자 측 사이 쟁점은 모든 지역이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