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조와 서울시 간 임금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되면서 30일 새벽 첫차부터 버스 운전기사들이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파업은 벌이지 않지만 매뉴얼에 적힌 대로 안전운행을 하겠다는 것인데, 일부 버스 기사들은 여전히 승객들이 자리에 앉기 전 출발하는 등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버스노동조합(서울 시내버스 노조)은 이날 오전 2시쯤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노사는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9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노조는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승객이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는 등 안전이 확보된 것을 확인한 후 출발하거나 과속을 하지 않는 등으로 버스가 연착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의 투쟁이다. 다행히 2년 연속 파업은 피했다. 노조가 쟁의행위 방식으로 준법투쟁을 선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 운전기사들이 준법투쟁을 벌이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고, 시내버스 평균 이동 속도가 떨어져 시민들의 출근길이 혼잡해질 것으로 우려됐다. 다만 이날 아침 시내버스 안이나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큰 불편은 겪지 못했다는 반응이었다. 출근길은 교통량이 많아 원래도 버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4)씨는 “버스가 파업을 한다고 해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일어났다가 준법투쟁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집에서 평소처럼 나왔다”면서 “버스를 타보니 다른 점은 못 느꼈다”고 했다. 오전 7시 30분쯤 여의도 버스환승센터에서 만난 직장인 허모(36)씨는 “지금 준법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냐”면서 “버스에서 별다른 차이를 못 느꼈다”고 했다.
다만 시내버스가 혼잡할 것으로 예상한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리면서 열차 안은 평소보다 더 붐볐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에서는 이날 오전 8시쯤 “버스 업계 준법투쟁으로 지하철 역사 내부가 혼잡할 수 있으니 고객 여러분은 질서 있게 이동해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오전 8시 30분쯤 여의도역에서 만난 조모(25)씨는 “강북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한다. 원래는 앉아서 와야 하는데 오늘은 사람이 많아 못 앉았다”면서 “평소보다 승객이 30%는 많아 보였다”고 했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만난 직장인 남모(26)씨는 “평소보다 열차 내 승객이 더 많은 느낌이었다. 한양대역~성수역은 50% 정도 더 많았다”고 말했다.
노량진에서 여의도로 이동하는 버스는 승객이 완전히 승하차를 완료할 때까지 출발하지 않고 기다렸다. 운전기사 이모(55)씨는 출입문을 닫을 때마다 “문 닫겠습니다”라고 육성으로 안내했다. 이씨는 “준법투쟁에 동참 중”이라면서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질 수는 있다. 일단 규정을 지키면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버스 운전기사가 안전운행을 한 것은 아니었다. 경복궁 인근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탄 박모(29)씨는 “버스에 타서 자리에 앉으려고 걸어가는 데 버스가 곧바로 문을 닫고 출발하더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노조가 준법투쟁을 시작하자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해 지하철의 출근 주요 혼잡시간 운영을 현행 오전 7~9시에서 오전 7~10시로 1시간 연장해 지하철 1~8호선과 경전철 우이신설선 열차 투입을 47회 늘렸다. 서울 25개 자치구는 주민들이 지하철역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무료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