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30일 첫차부터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정속 주행, 규정 준수를 이유로 버스 운행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노조가 쟁의행위에 나선 배경에는 전날 노사 간 협상이 불발된 ‘통상임금 체제 개편’이란 쟁점이 자리하고 있다.
◇ 勞 “정기 상여금, 통상임금 포함하라”
통상임금은 수당과 퇴직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통상임금이 올라가면 각종 법정 수당이 함께 오르는 구조다. 지난해 12월 29일 통상임금 적용 범위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 요건으로 작용해 온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고정성’ 요건을 폐지하고, “재직 조건이나 근무 일수 조건이 붙은 정기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노조는 이런 판결에 따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여부는 여전히 법원과 노동부에서 심리 중인 사안으로, 단체교섭이나 노동위원회의 조정 대상도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使 “상여금 폐지·개정해 통상임금 낮춰야”… 서울시 “재정도 고려”
반대로 사측은 상여금 조항을 폐지·개정하는 방식으로 임금 체계를 아예 개편해, 통상임금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존 임금체계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음’을 전제로 마련된 것인 만큼, 대법원 법리가 변경됐다면 임금체계 역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를 ‘임금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 또한 사측 입장처럼 통상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에 따라 누적 부채가 이미 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해 인건비가 올라가면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날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버스노조에서 판례 변경에 따른 10% 이상 임금 인상에 기본급 8.2% 추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모두 수용할 경우 시내버스 운수 종사자의 평균임금이 6273만원에서 7872만원으로 인상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운수 종사자 인건비 총액은 매년 약 3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 9시간 마라톤협상에도 결렬… “교섭 안 되면 파업 전환”
노사 양측은 전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막판 조정 회의에서 9시간가량 마라톤협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날 새벽 2시쯤 조정 중지를 선언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과 통상임금 산입 문제를 추후 논의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노사 양측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관계자는 “노동위에서 받을 수 없는 조정안을 제출했기 때문에 노조에서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며 “노동위에선 ‘올해 임금을 동결하라’는 조정안을 자정이 다 돼서야 제시했고, 심지어 이런 동결안조차 사용자 측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준법 운행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 양측은 물밑 교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의 입장차가 워낙 커 간극을 좁히긴 어려워 보인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노조가 쟁의행위 방식을 준법 운행에서 ‘총파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통상임금 개편 문제가 다른 지역 시내버스 임금·단체협약(임단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은 “준법운행을 하다가 (협상이) 잘 안되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전국 시도자 대표자회의를 열어 전국동시다발 파업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