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이 21일 출근길에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서울시는 민원이 200여 건 접수되고 직원이 부상을 입었다면서 전장연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8시 지하철 4호선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에서 제62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에 나섰다. 당초 예고한 혜화역 외에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오남역, 과천시에 있는 선바위역에서도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은 과거 지하철 열차 출입문을 막아 운행을 방해하는 방식의 ‘탑승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가 강경 대응에 나서자 작년 4월 8일 이후부터 승강장에 눕는 ‘다이인(die-in·죽은 것처럼 드러눕는 것)’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서 1년 만에 시위를 재개했다. 요구사항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외에 ‘중증장애인 탈시설 사업 지원’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 일자리 사업 지원’ 등이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혜화역에서 “1년을 기다리며 장애인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이야기했다. 제대로 예산을 반영할 수 있는 법안을 제출했음에도 한 건도 통과시키지 않았다”며 “우리는 다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타겠다”고 했다.
전장연 회원들이 오전 8시 혜화역에서 탑승 시위를 시작하자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앞을 막아 섰다. 회원 일부가 오전 8시 45분쯤 열차 탑승을 시도하면서 혜화역 승강장이 혼란해졌다. 도착한 열차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출발이 13분 지연됐다. 오전 9시 2분부터 24분까지는 동대문 방향 열차가 혜화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오남역·선바위역에서는 오전 8시부터 35분간 열차가 운행하지 못했다.
1년 만의 전장연 탑승 시위로 시민들은 출근길에 불편을 겪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45분 만에 한 정거장 갔다” “시위 때문에 출근 엄청 늦었다”는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X(옛 트위터)에 “지하철 안에서 30분 넘게 서서 기다렸더니 운행이 종료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며 “새벽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뭐 하는 짓이냐”는 글을 올렸다. 열차에서 하차한 승객들은 급하게 버스로 갈아타야 했다.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는 한동안 몸싸움을 벌인 뒤 전장연 회원들이 질서 있게 4호선 열차에 탑승하기로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오전 9시 28분쯤부터 차례로 열차에 올라 9호선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했다. 이후 국회에서 각 정당에 정책 요구안을 전달했고, 오후에는 인근 이룸센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집중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전장연 탑승 시위와 관련해 접수된 시민 불편 민원은 245건이다. ‘지금 5분째 멈춰 있는데 빨리 해결해달라’ ‘시위로 지하철 이용을 못 했는데 환불해달라’ 등의 내용이다. 시위 대응 과정에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열차 지연 손실은 약 2100만원이다.
서울시는 전장연을 상대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소송 등 강력 대응할 계획이다. 혜화역뿐만 아니라 오남역, 선바위역에서도 기습 시위를 벌여 4호선 열차 전체 운행에 영향을 미친 점을 고려했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전장연을 상대로 11차례 형사 고소·고발했고, 제기한 민사소송은 5건이다.
전장연 회원 3명은 지난 18일부터 혜화동성당 종탑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 천주교가 장애인 탈시설에 반대한다는 이유다. 탈시설과 관련된 장애인자립지원법은 최근 국회를 통과했으나, 천주교계는 입법 폐지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