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한국으로 대량의 마약을 들여와 전국에 퍼뜨린 밀수조직의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남성이 태국 현지에서 체포돼 11일 강제송환됐다.
경찰청은 마약 유통·판매 혐의를 받는 A(41)씨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2년 10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2년여간 600억원 상당의 필로폰·케타민 등을 조직적으로 국내에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한국인과 태국인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운반책들을 조직한 혐의를 받는다. 운반책들은 주요 신체 부위에 마약류를 숨기고 여객기를 타는 방식으로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했다. 이들이 밀수한 케타민은 젊은 층에서 일명 ‘케이’ 또는 ‘클럽 마약’으로 불리며 유통조직을 거쳐 강남 클럽 등 전국으로 퍼졌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춘천지검 영월지청과 평창경찰서는 지난 2023년 7월쯤 ▲밀수조직 23명 ▲유통조직 3명 ▲매수·투약자 1명 등 27명을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경기 안산지역 선후배 관계였다. 이들은 태국으로 출국해 총책·자금책·모집책·관리책·운반책·판매책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을 탈퇴하면 보복하는 등 행동강령까지 만들었다. 이들은 재판에서 징역 4∼12년의 판결이 확정된 상태다.
수사당국은 이처럼 당시 국내 마약 유통조직을 거의 일망타진했으나, 밀수조직의 총책이던 A씨를 붙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 2023년 7월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 수배서를 받아 A씨를 핵심 등급 국외 도피사범으로 지정했다. 또 국가정보원과 연계해 해외 첩보를 수집해왔다.
한국·태국 합동 추적팀은 지난해 11월 방콕에서 약 500㎞ 떨어진 콘캔 지역에서 A씨가 은신 중인 것을 확인했다. 이후 태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협력관을 중심으로 실시간으로 A씨의 위치를 추적하고 장시간 잠복하는 수사 끝에 지난해 11월 19일 A씨를 검거했다.
국정원은 A씨가 태국서 석방을 시도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경찰 주재관을 통해 즉각 석방을 차단했고, 방콕 외국인 수용소(IDC)·이민국과의 긴급 교섭을 통해 추방 명령서를 신속하게 확보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한국·태국 양국이 마약 척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합심해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검거한 성공적 공조 사례”라고 말했다. 평창경찰서는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